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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23. 2018

오늘의 멋진 일_2018분 동안의 이어 말하기

청계광장에 울려 퍼지는 그들의 목소리

 지금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 시민단체가 모여 출범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2018분 동안의 이어 말하기>를 실시하고 있다. 지금 바로! 나는 이 행사를 늦게 알게 되어 추운 밤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들 사이에 끼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이 글을 쓰고자 한다. 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좋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늦더라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새벽에 글을 적어본다.  

  이 운동은 성폭력과 성추행이 2018년에는 근절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폭로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총회 학생회에서 이어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고백하고 또 반복되는 혐오와 묵인되는 차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곳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퍼지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우리의 공동체가 얼마나 평등하고, 얼마나 건강한가요.



연세대학교의 자보 내용이었다는 이 문구를 발언자는 꼭꼭 씹으며 발언하였다. 숱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광고되는 여성 경구 피임약. 하지만 단 한 번도 티브이 속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콘돔 광고. 매년, 아니 매일같이 성폭력에 의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음에도 생명을 품어 사랑하라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와 여자가 야망을 가지면 가족과 일,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박탈해버리고 마는 영화들. 부정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외면하는 것이 더 힘들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메갈년'이 되고 불편한 프로 '페미니스트'가 된다.



서울 종로 청계광장 ‘2018분 이어말하기’ 행사 시작 전, 34명의 활동가들이 2018분간 ‘미투’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서로의 검은 천을 이어가고 있다_경향신문 이재덕 기자



 어린 시절 며칠을 꼬박 새워 만든 명절 음식을 주방 구석에서 동그란 소반을 펴 드시던 엄마를 보며 자랐다. 엄마는 내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사람'이 돼라 하지만, 집 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면 나는 정육점의 고기처럼 부위별로 평가당하는 '여자'가 된다. 나의 가치는 사회에서 용인할만한 아름다움이 전제되어야 조금이나마 평가받을 수 있었다. 단지 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삶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늦지 않은 밤. 술도 마시지 않고 짧고 비치는 옷도 입지 않은 그 밤에. 한 남자는 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로 향했고 나는 매일같이 돌아 돌아 '안전한'길로 향한다. 빠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 길을 걸어야만 한다. 앞으로도 얼마나 난 더 오래 걸어야 하고, 두려워야 할까. 


  머리가 길건 짧건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나의 모든 미래에 성별이 전제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고, 그 끝에는 승리가 남을 것임을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과 함께하겠다. #Me too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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