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금 더 읽고 싶었고 조금 더 쓰고 싶었다. 하지만 유독 졸음이 쏟아진다. 책을 보면서도 한참을 졸았고 읽고 싶은 마음 보다 조금 더 읽지 못했고 쓸 시간은 조금 더 부족해졌다.
2
여동생은 말했다. 아파보니, 미래를 위해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현실을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나도 답장했다. 나도 현재만 살아. 그래서 이렇게 살지만.
오늘 없는 내일은 없다. 오늘의 행복을 찾아먹지도 못하면서 내일의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일은 어리석다.
하지만 내일에 대한 기대가 오늘을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미래에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고는 오늘은 살아본다. 그냥 사는 하루보다 더 좋은 하루가 된다. 오늘 누릴 수 있는 미래의 가치는 그뿐이다. 쉽게 말해 로또를 사서 1등이 되면 뭘 하지? 하는 찰나의 행복처럼. 그냥 그렇게라도 미래를 담보 삼아 웃어보는 것이다.
3
이틀 쉬고, 하루 나와서 이틀을 쉬고 출근했다. 오늘은 오전 근무이고 내일은 오후 근무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랑 매일 놀러를 가고, 집에선 같이 요리를 해서 먹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살고 싶다. 엄마랑 놀고 싶고 엄마와 있고 싶다면서도 어제 태권도에 처음 가는 하다는 1년 중 가장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주는 피아노를 배우며 행복해하고.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려면 나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아이들 학원에 갖다 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서글프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해서 아이들의 행복을 산다. 이렇게 생각하면 전혀 서글프지 않다. 더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니까.
4
어제는 올해 마지막 에세이 모임을 했다. 글을 쓰는 것도 행복하지만 이들을 만나는 것도 행복하다. 사실 처음엔 멤버들이 다 비슷하게 느껴졌다. 어린 친구들. 열심히 사는 친구들. 맑은 친구들. 응원하고 싶은 친구들이라고. 애정을 주고픈 사람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24년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두 번째 해넘이를 같이하며, 나는 이들이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걸 어느 사이에 느끼고 있다.
어제 모임에는 서로에게 줄 책을 한 권씩 사 왔고 서로 교환했다. 책을 준비하며 나는 넷에게 짧은 쪽지를 썼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아래와 같다.
누구보다 에너지 가득한 HR님! 응원합니다!
한 입 ‘앙’ 메어 물면 과즙이 흘러나올 것 같은 SM님,
2026년에는 원하는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요!
우리의 작은 철학가, EB님. 계속 써주세요! -1 호팬-
SJ님, 현실과 사랑은 다른 세계의 것이 아니랍니다.
메시지가 너무 짧았던 것은, 준비한 메모지가 아주 작았던 탓으로 돌려보려 한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을 담을 언어도, 메모지도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년엔 우리 중 누구라도 꼭 책을 냈으면 좋겠다. 사실 고민이 깊다. 오래 묵어 아주 푹 쉬어버린 고민이다. 다들 연말이라고 새 김치를 담근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 이 오래 묵은 고민은 언제쯤 다 먹어치울 수 있을까?
5
일을 하러 가야 한다. 너무 졸린다. 너무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