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이닝을 완료할 때까지 야구는 계속된다
대부분의 스포츠에는 '타임 아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나 최근 유행을 선두한 농구는 물론이고 구기 종목 하면 떠오르는 배구나 배드민턴, 탁구 등도 마찬가지다. KBO의 허구연 총재는 야구 플레이 시간을 줄여 야구에 대한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꼽는 야구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타임 아웃이 없는 스포츠라는데 있다.
이닝마다 아웃 카운트 3개를 올리지 않는 이상 야구의 한 이닝은 끝나지 않는다. 야구는 아웃 카운트만 잡는다면 단 공 3개로도 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스포츠지만, 이론에 따르면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지 않는 이상 한 이닝을 평생 지속할 수도 있는 스포츠다. 그 덕분에 2024년 6월 25일에는 재밌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LG 트윈스의 대표 외인 투수인 켈리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기록할 뻔한 6월 25일, 두 구단의 경기는 무려 2시간 4분만에 끝이 났다. 야구 팬들이 평균적으로 체감하는 경기 시간이 3시간 여를 조금 초과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2시간 4분이라는 기록은 가히 기록할 만하다.
그리고 같은 날 잠실에서 LG와 삼성이 경기가 끝날 쯤 서울에서 가장 떨어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도 기록할 만한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9회의 야구 경기가 모두 끝날 때 사직야구장에서는 고작 4회 말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선발투수가 준 과한 볼넷과 점수로 인해 각 이닝이 너무 길어진 결과로, 롯데 자이언츠 타선은 고작 4이닝만에 기아 타이거즈에게 14점을 내 주게 되었다. 그에 반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낸 점수는 정훈의 솔로 홈런이 나온 1점뿐이었다.
그러나 4회 말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야구 경기를 요약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요약하자면, 롯데는 이날 터진 만루 홈런과 3점 홈런 등으로 14점을 따라 잡아 15점의 역전까지 이끌어냈고 결국 12이닝까지의 연장으로 약 5시간 20분의 경기 시간을 기록했다. 스코어는 15:15. 이날 우스갯소리로 엘지와 삼성이 두 번 경기를 했어도 롯데와 기아 경기가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부분 팀스포츠가 그렇듯 야구 역시 협력이 중요시 된다. 리그에서 독보적으로 1위인 타자일지더라도 팀은 10위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출루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마운드 위와 관중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승리를 바란다. 그 덕분에 중요시 여겨지는 가치가 바로 협력심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다.
팬은 팀이 패배를 맞이할 때 낙담하지만, 경기의 과정에 따라 마음이 변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야구는 타임 아웃이 없는 경기이기 때문에 이론상 몇 점 차로 뒤지고 있더라도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 언제든 역전할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지고 있다는 이유로 선수가 타석에서 대충 치루거나 수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절망감이 더해지고 비록 역전하지 못하더라도 맹렬하게 상대 팀을 따라 잡으려고 노력하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는 마음이 피어난다. 협력심을 가지고 한 점씩 따라 붙어 경기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의 야구 선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이 야구를 증명하고 우리의 삶을 증명한다. 한 점을 주고 심지어 십 점을 내줄 수도 있지만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다는 답이 스포츠 내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