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남편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by 에스포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죠.


우리 남편도 변했습니다.오늘은 저의 신랑, 남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는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난 동갑내기예요. 남편은 위로 누나 셋이 있는, 귀한 막내 아들입니다. 지금의 저희 아이들처럼 딸딸딸아들의 그 막내. 할머니, 엄마, 누나들까지… 온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사람이죠.

물론 본인은 그런 기억이 별로 없다지만요. 명절이나 가족 모임만 가면 형님들이 늘 입을 모아요.

“얘는 사랑 많이 받고 컸지~”

자기네는 새우깡 한 봉지를 나눠 먹을 때, 남편은 혼자 한 봉지를 다 먹었다고. 귀하디귀했던 라면도 마찬가지였다네요. 이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데다가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가부장적인 면도 조금 있었어요. 연애할 땐 몰랐죠. 결혼 준비하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땐 참 많이 싸웠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더 많이 싸웠고요. 13년 전, 우리는 아직 20대 후반, 30대 초반.

친구들은 결혼 안 한 사람이 더 많았고 남편은 술 약속, 친구들과의 모임도 잦았어요. 반면 저는 임신을 하면서 집에만 있어야 했고요.


아이를 낳고도 남편은 육아보다는 회사일,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늘 바빴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하나, 둘, 셋, 넷. 줄줄이 태어나다 보니 이젠 도저히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거죠. 혼자 네 아이를 돌보는 건 정말, 너무 벅찼거든요.


그때부터 남편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친구들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만큼 제 일도,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죠.


오늘도 저는 일찍 서울 병원에 다녀와야 했기에 아이들과 남편이 깨기도 전에 집을 나섰어요. 아침 준비도 못 했고, 빨래는 세탁기에 그대로.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아이들 등하교도 시키고, 간식도 챙기고, 빨래는 널고 정리해서 옷장에 곱게 넣어두기까지. 가끔은 밥도 해놓습니다. 이렇게까지 바뀔 줄, 솔직히 몰랐어요.


요즘엔 남편에게 별명도 생겼습니다.
‘빨개남’
빨래 개는 남자. 제가 지어줬어요. 저보다 옷을 더 깔끔하게 개고 정리해요. 진짜 옷가게처럼요.


이 모습을 보고 자란 막내아들도 이제는 집안일을 제일 많이 도와주는 아이가 되었어요.


그럴 때마다 괜히 마음이 찡합니다.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이도 변했어요.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는 거 아니다”
그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요리도 해요. 떡볶이는 저보다 더 잘 만듭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배려’였다고 생각해요.


내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상대방이 편하다면 기꺼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결국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 같아요. 이렇게 글로 써보니,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오늘은 옆에 있는 그 사람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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