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하루는 거의 정해져 있어요. 독서, 글쓰기, 운동, 육아, 그리고 집안일. 그게 하루의 전부입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고 어쩌면,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전화번호부엔 제법 많은 지인들이 저장돼 있지만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연락은 뜸해지고, 만남도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단체 카톡방이 몇 개 있긴 해요. 대부분 ‘챌린지 방’이라
일상적인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어요. 저에게는 23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고2 때 처음 만난 친구. 말이 참 잘 통했고,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고,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평생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저는 그 한 사람의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바로 제 남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이 남자 사람 친구랑 평생 친구로 지내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땐 상상도 못했죠. 우리가 결혼할 줄은요.
우린 여전히 고등학생 때처럼 지내요. 신혼 초엔 서로 이름을 불렀지만 지금은 아이 이름에 ‘엄마’, ‘아빠’를 붙여 부르죠. 어른들 눈치 보며 억지로 바꾸기도 했고요.
같은 나이여서 그런가, 가끔은 “야, 너”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나름 예의는 지키려 해요. 어쨌든 아이들 아빠니까요.
우리는 아침마다 함께 수영을 가요. 처음 보는 분들이 우릴 남매인 줄 안대요. 남자와 여자가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니는 건 드물고, 우리가 닮은 것도 한몫했겠죠.
“너희 부부 같진 않아서…” 그 말을 들으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경상도 사람 둘이니 좀 무뚝뚝한 것도 있긴 해요.
남편도 요즘 종종 말해요.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예전엔 친구들 만나면 좋았는데, 요즘은 같은 이야기, 같은 술자리 더이상 재미가 없다고 해요. 직장 동료 모임도 별로 끌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죠.
“나는 그냥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
같이 운동하고, 밥 먹고, 카페 가고. 그게 남편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사실 저도 그래요.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자기계발 하느라 정신없고, 운동하고, 책 읽고, 글 쓰느라 친구들 만날 여유도 마음의 틈도 없어요.
가끔 친구들과 만나 책 이야기나 운동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조금은 낯설어해요.
“넌 왜 이렇게 변했어?”
그런 말을 듣기도 해요. 그래서 더 느껴요.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지금 제 곁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응원해주는 유일한 친구, 남편이 있습니다.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단 한 명의 진짜 친구면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