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출

첫사랑은 미숙함이 묻어나올 때 좋다.

by HeukYi
7.


결혼식장에 유명한 가수가 축가를 불렀다. 한 음정 한 음정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불렀고 여러가지 기교도 섞어 노래를 불렀다. 어떤 사람은 그 노래에 감동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듣기엔 좋은데 왜 감동이 없지?


반면에 어떤 결혼식의 친구가 부르는 축가를 들었다. 그 사람은 가수는 아닌 것 같은데 일반인 치고 노래를 아주 잘 했다. 물론 가수에 비해선 기교나 디테일에서 뒤쳐지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어쩐지 마음이 울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전문 가수보다도 노래 잘 부르는 일반인의 노래가 마음을 울렸을까?


절대로 그 가수가 실력 없는 가수는 아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든 알만한 가수였는데. 어쩐지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부른 건 일반인 친구의 축가였다. 나는 두 축가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마음 속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한 사람은 자신의 직업을 위해 노래를 불렀고 다른 한 사람은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고. 두 사람 사이에는 의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훈수와 조언


의도와 결과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기에 좋은 예시가 있다. 바로 훈수 두는 것과 조언을 비교하는 것이다. 훈수나 조언은 둘 다 남에게 뭔가 방법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의도를 들여다보면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훈수를 두는 사람들의 심리는 주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보다 상대방은 보지 못하는 것을 자신은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상대를 위해 조언이랍시고 몇 마디 던지고 자신의 자존감을 고취시킬 뿐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별 효능이 없을 수도 있다. 반면에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게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수단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한다. 가끔은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혹은 감언이설 하는 가짜 친구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책망해주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진심 어린 조언이란 상대방의 발전과 회복을 위한다. 즉, 정말로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행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에는 먼저 의도를 살펴야 한다. 하고자 하는 행동이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자신을 위한것인지 생각해보고 의도에 맞게 행동을 추가하거나 불필요한 것을 덜어낼 수도 있다. 때로는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아무런 비난 없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여주는 것과 같이 말이다.


좋은 연출은 첫사랑과 닮았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다. 좋은 축가란 신랑 신부를 빛내주는 것이지 가수의 실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가수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줌(고객 유치를 위해)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신랑 신부를 위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니, 가수 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의도를 분명히 하는 편이 좋다.


이처럼 의도를 고려할진대, 가장 좋은 장점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을 논할 때에는 보통 완벽하지 않기 마련이다. 완벽은 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틀리고 싶지 않다, 탁월함을 보여주고 싶다 등, 자신을 위할 때 완벽주의자가 된다. 반면에 상대방을 위할 때에는 보통 어설픈 법이다.


실패한 친구를 위해 무슨 말을 할 지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말 없이 술잔을 기울여 줄 때, 무뚝뚝한 아버지의 생신에 전화를 드릴때 머뭇거리다가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때,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골목길에서 그 애와 함께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조용히 눈을 마주칠 때. 어색함은 진지함이 되고 풋풋함은 설렘이 되어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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