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이룬 평화
10.
비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비버가 댐을 만들면 유속이 느려짐으로 물이 한쪽으로 넘치거나 돌아가게 된다. 그로 인해 강물은 더 크게 휘어지고 새 물길로 변경되거나 기존에 흐르던 물살이 끊켜 고립되기도 한다. 비버 한 무리가 무려 강물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간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에 평행을 지키던 인간관계는 어떠한 계기로 서로 왔다 갔다 요동치며 싸우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하며 닮아가기도 한다. 그러다 그 폭이 심해지면 관계가 단절되기도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단절되는거야 뭐 상관 없겠지만, 문제는 친한 사람들과도 종종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원치 않는 사람과 관계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이러한 모든 일은 물살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곡선이 커지듯, 관계가 한쪽으로 치우칠 때 일어난다. 대인관계 역시 관계가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좋지 않은 사람과도 우리는 사회라는 생태계 안에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악수는 힘겨루기
대인관계란 악수와 비슷하다. 한쪽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깔며 대하면 반대편은 자연스럽게 아래에서 위로 치켜세우게 되어있다. 갑이 있으면 을이 있듯 누군가 거만한 태도로 행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피해자도 생긴다는 말이다. 마치 강물이 한쪽으로 휘어지면 점차 그 휘어짐이 커져가는 것과 같다.
가령 만약 불친절한 직원과 손님의 관계로 만났다고 해보자. 그 직원이 불친절한 서비스를 대접했고 이에 마음이 상했다면 보통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다신 그 가게에 안 가거나 직원과 대판 싸우거나. 둘 다 관계의 단절을 뜻한다. 하지만 그 가게에서 주는 서비스가 내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 가게의 물건이 대체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면 어쩔 셈인가? 그럼 대부분은 마음이 상해도 그 가게로 다시 찾아가 불친절한 직원에게 맞추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불편한 관계라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때 적용해볼만한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내 태도를 원하는 각도에서 조정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맞춰 굽신대는 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을때 할법한 태도로 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 눈빛이나 분위기 태도 등에서 무언가 압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아까와 같이 불친절한 상황에서 가게에 들러야 하는 상황이라 해보자. 나는 이 가게 외엔 별 다른 대안이 없지만, 실제 행동은 수 많은 옵션이 있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라는 여유로운 태도가 베어나올 것이고, 가게에서 주문은 하되 불쾌함을 은연중에 드러낼 수도 있고, 이러한 모든 것들을 상대방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럼 이번엔 관계의 역학이 상대방에게로 넘어간다. 내쪽에서 악수의 각도를 내리깔며 잡았으니 상대방은 관계를 접거나 유지하기 위해 내쪽으로 치켜세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게에서 이유 없이 손님과의 관게를 단절할 수 있는가? 이유라고 하기엔 왠지 마음이 찜찜한 것 정도. 결국 상대방도 어느 정도 팔의 각도를 낮출 수 밖에 없고 그때서야 나도 팔의 각도를 내려 대등한 위치에서 적당한 관계의 균형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절대로 무례하게 굴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관계를 단절할 명분을 주지 말고 내면의 힘만을 느끼게 하라.)
중요한 건 사랑
위의 방법은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에 소개되는 힘의 원리에 속한다. 힘 이외에도 관계의 균형을 조정하는 요소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적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 유용한 도구보다 중요한 건 도구를 다루는 사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먼저 좋은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심리적 기법을 악용하게 되면 잠깐은 자기 자신이 뭔가 된 것 처럼 느끼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고 당신의 관계들은 병들어 갈 것이다.
힘이란 선도 악도 아니다. 힘을 옳게 쓰면 질서가 되는 것이고 악용하면 폭력이 되는 것이다. 마찬 가지로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기술뿐 아니라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선을 끼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당신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