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죽음의 문턱과 초인모드

by HeukYi
11.


숏폼을 뒤지던 중 어느 영상 하나를 보았다. 아이의 엄마가 사다리를 타고 일을 하다 그만 사다리가 넘어졌는데 지켜보던 아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사다리를 다시 세워 엄마를 구한 것이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해보이는 일이 기적적으로 일어나 아이 엄마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내려온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어떤 위기의 상황에 처했을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곤 한다.


우리는 마감 5분 전에 가장 높은 창의성으로 과제를 끝내거나 3일이 걸렸던 일이 사고로 무산되자 초인적인 능력으로 하루만에 복귀한다든가. 이에 대해 행동 심리학에 마감효과라는 용어가 붙었을 정도이니 인간이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단순한 전설은 아닌 듯 하다.


모 익스프레스


사실 필자도 이러한 마감 효과, 혹은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본 적이 있다. 사실 앞서 말해 3일에 걸친 과업이 사고로 망가져서 그걸 하루만에 복귀했다는 사례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일이다. 하지만 마감효과, 아니 초인효과에 대해 더 강렬하게 경험했던건 역시나 학창시절 공포의 롤러코스터에서일 것이다.


때는 중학교 졸업에 가까운 시기.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에버랜드를 갔을 무렵이다. 그 당시 가장 무서운 롤러코스터라는 별칭을 얻은 모 익스프레스. 나는 탑승을 원치 않았지만 소심한 성격에 친구들을 따라 억지로 줄을 서게 되었다.


안전밸트를 착용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안전바가 내려오나 싶던 찰나. "이게 안전 장치를 다 착용한거라고요?" 가장 무섭다는 놀이기구의 안전장치는 고작 손잡이 바 하나와 허리에 차는 안전밸트가 다였던 것이다.


천천히 롤러코스터가 하늘로 올라갈수록 불안함은 엄습해왔고, 설마 죽겠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운 순간. 롤러코스터가 하강했다.


부-웅.


떴다. 분명 몸이 허공에 떴다. 하지만 왜? 분명 난 안전 밸트를 차고 있었을 텐데? 하지만 더 생각할 겨룰도 없이 내 뇌는 생각을 그만두고 생존모드에 돌입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순간 나는 공포를 느낄 새도 없이 온 힘을 두 손아귀에 집중했다. 마치 시공간을 비틀듯이 내 손아쉬는 안전바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렇게 첫 번째 턱을 지난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뒤늦게 찾아온 공포였다.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반드시 죽을테고 난 이 헐렁거리는 안전밸트 따위를 신용할 수 없다. 두 번째 낭떨어지가 찾아왔고 세 번재, 네 번째가 찾아왔다. 나는 사선을 넘나드는 여정을 겪으며 오직 내 두 손만을 신용하며 안전바를 붙잡았다.


생존


살았다. 그리고 난 안전바를 부셨다. 라고 하면 너무 MSG를 많이 친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안전바는 내 상상과 다르게 아주 멀쩡했고 부어오른 내 두 손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안전 밸트가 아니라 내 두 손아귀의 힘으로 살았다고 믿었다. 당시의 외소하고 빼빼 말랐던 난 분명 안전밸트를 차고도 브릿지 자세를 할 수 있을만치 헐렁한 공간이 있었고 자칫 잘못하면 진짜 쏙 빠져서 죽겠다 싶은 확신이 있었다. 어쩌면 모든 건 내 망상이고 두 손을 들고 탔어도 멀쩡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실 여부가 아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켜졌던 뇌내의 초인모드. 여지껏 확신하건데 당시 악력이 40kg정도였던 난 초인모드가 켜지고 장담컨데 최소 50kg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내 손아귀로 내 목숨줄을 강하게 움켜쥐었다는 사실이다. 그 후로 난 다신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