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대학 생활
12.
대학교때의 난 게임에 미쳐있었다. 남들은 연애나 학업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있을때 난 오히려 갑자기 생겨버린 엄청난 자유감에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대가는 나중에 혹독하게 치러야 했지만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단 한 가지 수업 만큼은 재미있게 들었었는데 바로 기초 글쓰기 수업이었다. 다른 수업들은 강의를 들으며 고작 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연장선처럼 느꼈으나, 그 수업 만큼은 유익하다고 느낀 탓이다. 그리고 그때의 수업은 아직까지도 유익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배웠던 작문법 중 가장 유익했던 서론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가벼운 대화에서도 적용하기 좋고 간단한 에세이에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론은 총 세 단계로 나뉜다.
후크연결문제제기
첫째는 후크. 독자의 관심을 사야하는 단계다. 마치 웹소설의 도대체 무슨 내용으로 튈지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처럼, 후크 단계에서는 독자를 궁금하거나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아무리 잘 쓴 글도 읽는 독자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장사는 물건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단계의 후크는 보통 하고자 하는 말과 관련 없어보일때 더 극적인 효과를 낸다.
두 번째는 연결. 논리적으로 후크와 말하고자 하는 본론을 연결짓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과는 맛있다."인데 후크를 "주말에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로 시작한다면 연결 단계에서 연결 단계에서 "티비 광고를 보다가 사과가 맛있겠네라고 생각만 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사과를 보내줘서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먹어보니......." 정도로 연결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연결 부분은 후크의 어그로와 본론 사이에 놓인 연결 다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하고자 하는 말, 본론을 말해주면 된다. 내가 배운 작문법은 논문을 쓰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었지만 굳이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세 단계를 적용하는 법은 먼저 말하고 싶은 본론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어그로(후크)를 일단 내뱉고 그 다음은 잘 빌드업 해서 본론으로 이끌고 가면 된다.
플롯 이론으로의 해석
재미있는건 이 세 단계가 플롯 공부를 하면서도 공통되게 배웠다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이야기의 구성 요소가 이 세 단계에 다 들어가 있다. 각 단계를 조금 다른 용어로 소개하면 이것을 읽는 독자들도 이 기본기를 조금 다르게 볼 것이다.
후크는 자극의 단계다. 대 숏폼의 시대에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이목을 끌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 이와 같이 어그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서론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아무리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먼지 덮인 무덤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연결 부분은 이해의 단계다. 아무리 내용이 자극적이어도 논리 없는 이야기는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가기 위한 논리가 탄탄해야한다.
그리고 결론의 단계는 공감의 단계이다. 이야기에 있어서 과실의 단계이다. 감성은 이성을 이긴다. 특히나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일상의 대화에 있어서는 사실 논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국 이야기는 누구의 마음을 울렸느냐 울리지 못했느냐로 갈리기 때문이다.
장래희망
대학교때 학점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유를 누렸던 난 이후에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게임을 하면서도 나는 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나는 왜 게임에 중독되고, 공부에 중독되지 않는거지?"하면서 인간이 움직이는 작동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고 솔직히 대학교가 내 본업에 큰 영향을 못끼칠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후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책을 사서 단 한 줄이라도 유익한 내용을 접했다면 그건 책의 본전을 뽑은 것이다라고. 책값보단 비싸긴 하지만 아마도 그때 그 수업이 내 대학값의 본전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