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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빛의 춤
숲속 깊은 곳,
아직 봄이 스며들지 않은 땅 위에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꽃.
얼어붙은 흙을 뚫고 올라와
고개를 숙인 채 피어난다.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내려앉아도,
결코 고개를 들지 않는 꽃.
겸손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양을 아는 꽃.
빛을 머금고도 감히 앞서 나서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자신만의 춤을 추듯 흔들린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수줍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단단한 믿음이라 한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얼레지는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놓지 않는다.
세상이 우리에게 고개를 들라고 속삭일 때,
때로는 고개를 숙인 채 피어나는 용기도 필요하다.
눈부시게 빛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삶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