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치는 물가에
붓꽃이 피어난다.
물빛을 닮은 보랏빛 꽃잎 위로
햇살이 잉크처럼 스며든다.
붓을 닮은 꽃이라지만,
그 꽃잎이 적어 내려가는 것은
글이 아니라 바람의 결,
흐르는 시간의 흔적.
급히 번지지 않고,
천천히 스며드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깊은 문장.
때로는 말없이 피어
한 송이 꽃으로 모든 것을 전하는 일.
바람이 머물다 가는 자리,
물결이 흔들리는 틈에서
붓꽃은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고
흐르되 잊히지 않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