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붓꽃

흐르는 바람에 글을 적다

by 사유

바람이 스치는 물가에

붓꽃이 피어난다.

물빛을 닮은 보랏빛 꽃잎 위로

햇살이 잉크처럼 스며든다.


붓을 닮은 꽃이라지만,

그 꽃잎이 적어 내려가는 것은

글이 아니라 바람의 결,

흐르는 시간의 흔적.


급히 번지지 않고,

천천히 스며드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깊은 문장.

때로는 말없이 피어

한 송이 꽃으로 모든 것을 전하는 일.


바람이 머물다 가는 자리,

물결이 흔들리는 틈에서

붓꽃은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고

흐르되 잊히지 않는다.


당신은 무엇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얼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