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판타지 영화
역사상 최고의 판타지 영화
그런 영화들이 있다. 각 장르에서 그야말로 교본이자,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 마스터피스 같은 영화들. sf 장르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히어로 물에서 ‘다크 나이트’, 그리고 이 영화, 판타지 장르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 판타지 영화는 반지의 제왕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반지의 제왕 이전에는 그런 영화가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아직 그런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과감하게 말하자면 아마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는다는 판타지 영화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절대로.
최고의 원작, 그 원작을 뛰어넘은 영화
사실 애초에 반지의 제왕은 그 출발점부터 다른 영화이긴 했다. 반지의 제왕 영화의 원작 소설은, 영국의 대 소설가인 J.R.R 톨킨이 스스로 세계관을 창조해서 만들어낸 그야말로 대서사시였다. 원작 소설부터 애초에 역사상 최고의 판타지 소설, 모든 판타지 소설의 토대가 되는 설정을 만들어낸 책이었기에 영화 역시 위대하게 되는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다. 물론 이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사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컸다. 반지의 제왕은 너무나 위대하고 거대한 소설이었고, 그 장대한 이야기를 고작 세편의 영화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에 감독은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 전까지 ‘고무 인간의 최후’ 같은 B급 스플리터 무비, 슬래셔 무비나 찍는 감독이었다. 물론 그 분야에서는 대단한 감독이었지만, 그래도 반지의 제왕 같은 대작은 맡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 큰 모험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모험은, 너무나 성공적으로 끝났다.
반지의 제왕 영화는, 마치 ‘원작이 있는 소설을 영화화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었다.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고, 원작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피터 잭슨 감독의 솜씨는 그야말로 신묘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모리아에서 간달프의 숭고한 희생에 슬퍼하고, 아몬 헨에서 보로미르의 투혼에 감동하며, 헬름 협곡에서 로히림의 돌격에 감탄하고, 미나스 티리스에서 적을 쓸어버리는 유령 군대에게 쾌감을 느꼈다. 그야말로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하는 최고의 작품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었다.
인물과 서사,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반지의 제왕이 더 대단했던 것은, 소설에서 그저 글로써만 느껴지던 캐릭터들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너무나 생생하게 스크린에 묘사해 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보로미르와 프로도, 두 캐릭터를 말하고 싶다. 보로미르는 반지원정대에서 유일한 인간이었다. 아니 아라곤과 함께 유이한 인간이었지만, 아라곤은 누메노르의 피를 이어받은 반 영웅과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순수한 인간은 오직 그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작중에서 호빗들을 지키는 든든한 수호자이자 원정대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그는 역시 유혹에 약한 인간이었기에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 프로도를 습격하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수호자로서 피핀과 메리, 두 호빗을 지키고 장렬하게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 과정을 영화 속에서는 아주 훌륭하게 묘사했다. 보로미르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반지에 대한 열망, 장렬한 최후까지. 그는 최고의 인간이었으나 결국 인간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욕망을 극복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글에서 느꼈던 감동은 영화 속에서는 더욱 증폭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3편의 영화 중에서 1편 만에 최후를 맞이하였지만, 그는 그렇게 쉽게 잊히지 않는 캐릭터가 되었다.
프로도는 보로미르보다 더 입체적이고,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캐릭터이다. 그는 절대반지의 이전 소유자였던 빌보의 조카로, 평온한 삶을 살던 와중 삼촌과 간달프 때문에 얼떨결에 반지의 운반자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희생해가며 반지를 운명의 산까지 운반하였고, 마지막 순간 반지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골룸 덕분에(?) 결국 반지를 파괴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반지 원정대의 여정은 순간순간이 유혹이었고, 순간순간이 위험이었다. 수많은 칼에 찔렸고, 칼 보다 무서운 유혹에 시달렸다. 골룸이라는 반지에 미친 괴물의 꾐에 넘어가기도 하였고, 거대 거미에게 잡히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는 이런 프로도의 여정을 아주 실감 나게, 그리고 그의 감정 상태를 아주 절절하게 표현했다. 프로도는 끊임없이 마치 인간처럼 힘들어하고, 위기에 빠지지만 결국 극복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샘의 도움을 적절하게 넣음으로써 서사를 설득력 있게 하고, 프로도라는 캐릭터의 매력 역시 한층 배가시킨다.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 역시 소설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화적으로 잘 구성을 해내었다. 특히 이 부분이 절정에 달한 것은 3편의 하이라이트인 미나스 티리스 공성전일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 마지막에 아라곤이 남부 영지의 인간들을 끌고 와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죽은 자 들의 군대를 그대로 끌고 옴으로써 그 장면의 카타르시스를 더욱 극대화했다. 무마 킬의 참전으로 밀리던 전세를 한 방에 역전시키는 그 장면은 그야말로 최고의 쾌감을 제공했다. 거기에 그전에 로한에서 원군이 도착하면서 6천의 기마대가 돌격하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 어떤 전쟁영화를 끌고 와도 아마 이 장면에는 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판타지 영화, 넘어설 수 있을까
반지의 제왕 이전에도 판타지 영화는 존재했고, 이후로도 판타지 영화들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히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피터 잭슨 감독이 또다시 감독했던 호빗 3부작 역시 반지의 제왕에는 미치지 못하였고, 헝거 게임이나 해리포터 시리즈도 결국 전체적인 만듦새에서는 반지의 제왕에 미치지 못하였다. 어떻게 보자면 너무나 뛰어난 명작이 너무 일찍 나와서, 후대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라고도할 수 있겠다.
어디 가서 인생 영화를 말할 때 나는 반지의 제왕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부디 죽기 전에 반지의 제왕을 뛰어넘는 판타지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