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꿈이 뭐야?
‘너는 꿈이 뭐니?’, 학교를 다닐 때 참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그럴 때 마다 참 무던히도 꿈을 바꿔왔다. 역사학자이기도 했고, 의사이기도 했고, 기자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지나와서 지금은 마케팅, 그중에서도 영화 쪽 마케팅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는 일인지, 내가 이쪽 일을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인지. 현실을 모르면서 바보처럼 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도 나는 흔들리고 있고, 꿈을 믿지 못하고 있다.
찬실씨, 꿈이 뭐예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나오는 찬실이는, 영화 제작자였다. 지감독 이라는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해서 그 분의 영화의 전속 PD처럼 활동했고, 그렇게 몇 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아마 ‘평생 영화를 만들며 살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영화인이었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지감독님이 돌아가시게 되고, 진행하던 영화가 없어지면서 그녀의 일도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평생 영화밖에 모르고 살던 찬실이는, 갑자기 할 일도, 삶의 목적도 없어지고 말았다.
찬실이는 끝에 끝으로 내몰린다. 집이 없어져서 달동네로 이사하게 되고, 돈이 없어서 자기와 친한 배우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마음은 약해지고, 몸은 내몰린다. 몇 년 만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만나기도하고, 장국영 귀신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찬실이는, 자기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영화 속에서 찬실이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마냥 즐겁지도, 그렇다고 마냥 슬프지도 않다. 무뚝뚝하던 주인집 할머니는 사실 딸을 먼저 보낸 우리네 여느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할머니였고, 찬실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남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평범하지만 무정한 남자였다. 언제나 그녀를 지지할 줄 알았던 영화사 대표는 그녀에게 일을 줄 수 없다고 말했고, 그녀에게만 보이는 장국영 귀신은 마냥 긍정적이지도, 마냥 부정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옆에서 머물렀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사실 우리의 삶속에서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었고, 영화는 담담하게 찬실이의 일상과 심경변화를 담아낸다.
현실과 따뜻함, 공존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
작중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찬실이와 엮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주인집 할머니와 장국영 귀신이었다. 처음에는 한없이 무뚝뚝하고 화가 많은 사람인줄 알았던 주인집 할머니는, 사실 딸을 먼저 보내고 한글을 읽을 줄 몰라서 마을 회관으로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평범한 할머니였다. 찬실이와 함께 얘기하고, 한글을 배우고, 그녀와 밥을 먹으면서 할머니는 찬실이에게 점점 마음을 연다. 찬실이 역시 할머니를 보면서 마음을 열게 된다. 두 인물이 함께 있는 장면은 이 영화 내에서 따뜻함을 담당한다. 현실이 차가울지라도, 아직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생각을 나누고, 경험을 나누면서 함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반면에 장국영 귀신은, 영화 내에서 현실과의 대화를 담당한다. 사실 현실은 마냥 따뜻할 수만은 없다. 매번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고, 현실 속에서 받게 되는 상처와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 내에서 장국영 귀신은, 찬실이에게 계속해서 현실을 일깨워준다. 사랑에 실패한 순간에도, 영화를 포기하려 하는 순간에도 장국영 귀신은 항상 그녀의 옆에 나타나, 그녀에게 냉정하지만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얘기를 해준다. 외로운 것과 사랑은 다른 것,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 장국영 귀신의 존재로 인해, 찬실이는 슬프고 힘들지만 현실을 깨닫고, 그 현실 안에서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녀는 삶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자신의 꿈인 영화를 버리지 않고 다시 나아가려고 한다. 현실을 깨닫고, 현실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세상 수많은 찬실이들에게
이 영화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는 참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 찬실이처럼,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찬실이들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삶이란 영화가 아니고, 매 순간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꿈을 깨닫고, 그 곳으로 나아가는 힘을 일상에서 얻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다른 찬실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와 닿았다. 내 꿈도 영화다. 영화 쪽에서 일을 하고, 영화를 가지고 일을 하고 싶다. 내 일상에 있는 소중한 행복들을 깨우쳐가면서, 나도 그렇게 찬실이처럼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삶이 무엇인지, 내 꿈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