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후회여행지
6년 전, 나에게는 독후감(일명, #북스타그램)을 sns에 올리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그걸 시작했는지 돌이켜보면, 2018년에 결혼한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 고향 쪽으로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과 함께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그렇게 sns로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지내다 보니, 하나 둘 자기만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브런치’ 작가 신청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운이 좋게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었고, 나만의 서툴지만 진심이 담겨있는 글을 조금씩 올리며 sns에서 만난 분들과 소통하며 지냈었다.
사실, 나는 특출난 독서가도 아니었고, 글 짓는 능력이 탁월하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책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의견, 감정에 이입을 하고는 내 생각, 내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는 것.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걸 좋아했을 뿐이다. 자, 그럼 내가 이토록 좋아한다던 이 활동! 왜 갑자기 끊겼을까? (*참고로, 내 브런치글을 보면, 약 5년 동안 공백이 있었다는 게 보일 것이다.)
브런치의 글이 끊긴 시점은 아마, 내 동생이 ‘그게 돈이 돼?’라고 말했던 그 순간부터였다. 동생의 의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돈이 되지도 않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꽤 충격이 컸던 거였을까. 나름의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나의 글쓰기 열정은 갑자기 식어버리게 되었다. 뭔가, 나 자신이 현실성 없는 이상주의자 같아 보여서.
그때 당시에는 ‘글’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음. 어쩌면.. 당연히, ‘글’은 ‘돈’이 될 수 없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내 내면에 있었던 것일 수도. 글이 무조건 돈이 될 수 없는 건 아닌데 말이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된다면, 돈이라는 건 부차적으로 따라올 것이라 본다. 무튼, '글은 돈이 될 수 없다.'라는 나의 무의식적인 생각을 일반화시켜 버린 채, 나는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때야? 돈이 되는 걸 찾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이다. 돈이 그냥 있으면 안 된다. 많~이 있어야 한다고.
저때가 한창 ‘1인 기업가’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너도 나도 1인기업가를 자칭하며 나처럼 이렇게 하면 큰돈을 벌고 1인 기업가로 멋지게 살 수 있다며, 자신만의 비법이나 콘텐츠를 팔던 분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여러 플랫폼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수많은 1인기업가 코칭 중, 약 400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강의를 신청한 적도 있었다. 네이버 카페 플랫폼을 이용한 수익화에 관한 강의였는데, 자기가 하는 것만 따라 하면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덴다. 그 강의만 들으면 나도 월 천만 원 버는 건가. 무언가 홀린 듯이, 아무 의심 없이 나의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아낌없이 들이부었다. 그렇게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를 들으러 가기 전, 무슨 개인별 사전미팅을 한다 해서 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한테 운영하는 플랫폼이 있는지 물었고, 그 당시 네이버 블로그를 한 기록이 있어서 그걸 보여주었다. 블로그 글 몇 편을 보시더니 '글을 꽤 잘 쓰시는데, 이 정도면 더욱더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셨다. 그 당시 내 블로그 글은 대부분 내가 요양시설에 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단상과 독후감이었다. 나는 당시, 요양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치매어르신들에 대한 케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치매노인분들을 케어하는 보호자분들을 위한 네이버 카페를 만드는 것에 대한 자문을 구했었다. 그 팀장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먼저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예요. 치매 환자분들과 그 보호자분들이 컨텍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료업체들이 얼마나 많이 있겠습니까. 그런 쪽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어떤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그 구조를 좀 더 빠르게 만드는 데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글쓰기’라 이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그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내가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쓴 글이 불순한 의도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어서 이런 강의와 코칭을 받으러 왔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불쾌감만 안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뭔가를 팔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인내하고, 함께 나누고, 시야를 넓히라고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_'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중 (22p)
그래서 과연, 내가 그런 시스템을 갖춘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을까? 만들어보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 만들 수는 없었다. 나로서는 어떠한 하나의 도의적인 부분에 결함이 있는 거라면, 그대로 진행하기가 꺼려졌다. 물론, (그런 ‘불순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연관되는 여러 스폰서를 통해 돈을 구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참고로, 나는 이런 사람들을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른 차이다.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지극히 낭만주의자, 이상주의자라서 그런 거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아직 돈에 대한 갈급함, 절박함이 없어서라고 할 수도 있다. 글쎄, 어찌 되었건, 나의 성향과 기질이 이런 결을 못 따라갔다. 이것은 주위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해도 바뀔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큰돈을 주고 강의를 들었으면, 어떤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바보야? 너 지금 얼마나 한심한 일을 한 거야?’ 그 당시, 이런 말들로 나 자신에게 모질게 굴며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월 천만 원을 벌어준다던 그 강의는 나의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꿀꺽했을 뿐이었다.
‘돈’이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무 통제 없이 할 수 있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돈’만 좇는 것은 ‘허상’을 좇는 것과도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나의 인생을 한없이 옭아 메어 나 자신을 갉아먹었다. 나의 성향과 기질은 무시하고, 그저 더 정답일 것 같은 곳에 초점을 맞추며 좇았다. 사실은, 이 세상에 정답은 없는데 말이다. 나의 중심이 흔들릴 것 같으면 더욱더 타인이 아닌,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돈이 많이 있어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일단은 그냥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기’가 나에겐 맞았다. 그러니, 다른 이가 하는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오롯이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의 여건 속에서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일에 집중하자.
'나'란 사람에 대해, 이걸 알기까지 5년 이상이 걸린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며 깨달은 바를 정리해 보자면,
1. 어떻게 보면, 나는 ‘돈’을 쉽게 벌려고 했던 거다. 나 자신이 그런 어리석은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좇고 있는 그 모든 것 또한, 불순한 의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강의든, 모임이든, 사람이든. 그 어떤 것이든. 내가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순간, 내 돈은 쉽게 나가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2. 어쩌면, 특출난 독서가도 아니고, 탁월한 글쓴이도 아닌, 그저 그런 사람인 내가 작가가 되어보겠다고 한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여, 노력할 엄두도 내지 않고, 그저 ‘돈’을 핑계 삼아 회피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누군가 그랬다. ‘재능’도 ‘운’도 없다면,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건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