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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란: 버팔로윙

사자구의 의식주 27편

by 사자구

다른 이에게 요리를 해준다는 것이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의 입맛이란 것은 몹시 다양하다. 나 또한 그렇다. 유명한 음식점에 가서 먹었어도 내 입맛에는 별로일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더라도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배달이 가능한 대박 타코 맛집이 집 근처에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22편: 신도시에서 맛집을 찾으려면?!)


그리고 나는 신도시에서 생존 요리를 시작하게 된 초보 요리사이다. 내 요리를 먹는 손님은 주로 남편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내가 만든 게 정말 맛있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남편은 웬만해서는 다 맛있게 먹어주기 때문이다.


첫 외부 식사 손님이 되어준 건 친한 언니인 고영희님(별명)이다.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간단한 요리부터 대접해 보았다. 계란찜, 카레 등을 만들어 드렸는데 맛있게 다 드셨다.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큰 결심 끝에 대망의 ‘버팔로윙’을 만들어 보았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유튜버 '육식맨'님 영상을 보고 약간 변형했습니다.)


*버팔로윙

1. 물기를 닦은 닭날개(윙)를 시즈닝(베이킹파우더 3T, 박력분 밀가루 3T, 소금 2T, 후추 2T, 파프리카 파우더 2T, 마늘 파우더 1T, 양파 파우더 1T)한다.

2.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두어서 남은 물기를 날려 준다.

3. 190도 기름에 10분 정도 튀긴다.

4. 튀긴 닭날개에 'Frank's red hot wings sauce buffalo'를 넣고 잘 버무린다.


베이킹파우더와 밀가루는 닭날개에 묻은 물기의 양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나는 얇은 튀김옷을 좋아해서 훨씬 적게 넣을 때가 많다. 시즈닝 비율은 입맛에 따라 조절해도 결과물에 큰 영향이 없다. 주인공인 레드 핫소스가 알아서 잘해주기 때문이다. 4번에서 핫소스와 함께 버터를 넣어서 버무려도 되지만 내 입맛에는 안 넣는 것이 더 맛있어서 레시피에서 제외했다. 버터를 넣으면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핫소스는 직구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찾아보니 이제 코스트코에서 판다.) 한국에서 파는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핫소스와는 달리 신맛이 많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튀김의 느끼함을 잘 잡아준다. 나와 함께 윙을 무한 흡입하고 계신 언니를 보면서 '다음 손님을 초대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윙과 함께 봉도 튀겨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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