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17편
노포 중국집 메뉴판에는 내가 모르는 메뉴가 있다. 항상 등장하는 이 메뉴는 ‘덴뿌라’이다. 내가 아는 ‘덴뿌라’는 일식집에서 파는 야채, 생선살 등을 튀긴 요리이다. 낯선 곳에서 발견한 미지의 ‘덴뿌라’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무작정 시켜보았다.
나온 메뉴는 탕수육인데 소스는 없었다. 찍먹인가 추측해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뒤로 소스가 따로 나오진 않았다. 그렇다. 중국집의 ‘덴뿌라’는 탕수육 소스 없이 나오는 고기튀김 메뉴이다. 먹는 방법을 여쭤보니 소금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 거라고 알려 주셨다. (찍먹은 찍먹인 건가…)
첫인상은 ‘소스 없이 어떻게 먹지? 맛이 있을까?’였다. 한 입 먹었을 때 특별한 맛이 나진 않았다. 그냥 튀김 맛으로 먹는 건가 하며 몇 점을 더 먹었다. 이상하게 그 이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지막 기억은 빈 접시다.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것은 아니다.)
특별한 건 없는데 맛있다. 무언가 모르게 중독적인 맛이 있었다. 소금에 찍어 먹으니 반죽 부분에서 옛날 스타일 후라이드 치킨 맛이 났다. 익숙한 느낌이다. 또 간장에 찍어 먹으니 돼지고기의 육즙과 어우러져서 짭조름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소스가 없다 보니 고기의 신선도를 감출 수 없다. 그래서 고기는 신선해야 하고, 반죽은 맛있어야 한다. 튀김의 바삭함은 기본이다. 어떤 기교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정면 승부라고 생각했다. 덴뿌라 첫 점 이후 중간 식사 과정이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먹어봐야겠다. ‘이번엔 상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다시 방문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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