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무목적의 밤
Ella Fitzgerald, Louis Armstrong - Dream a Little Dream of Me
목적 없는 목적에 관한 상상을 한다. 새벽 두 시, 베란다 창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오렌지색 다리를 흐리게 바라보며 말이다. 깨끗이 닦인 아스팔트, 가지런히 배열된 노란 조명. 밤공기는 정적을 가르며 목적 없이 흐른다.
새벽의 고요를 깨며 하얀 세단이 지나간다. 새벽 두 시엔 유독 모든 빛과 소리가 커진다. 당신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늦은 일을 마치고 이미 도래해버린 오늘의 출근을 위해 잠시 눈을 붙이러 가나요? 임신한 아내가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나요? 새벽을 틈타 세상이 허락지 않은 관계를 즐겼나요? 그저 마음이 너저분한가요?
머무르지 않을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허튼 상상은 하얀 세단의 엄청난 배기 소음과 함께 깨끗이 닦인 아스팔트 도로 위를 가른다. 뒷 베란다 문을 빼꼼 열고 멜랑꼴리 한 새벽 공기를 들이마신다.
아니 그런데 마후라는 왜 떼는 거야? 3초 후 괘씸함이 밀려든다. 마음이 이죽이자 멜랑꼴리는 찢어진다. 마후라를 떼고 달리는 차들을 보자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팬티를 내린 채 물건을 흔들고 다니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그려진다. (이 임금은 100퍼센트 자의로 탈의를 한 것이다.)
베란다 문을 닫고 조명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휴, 오늘도 낭만적 공상은 필연적으로 실패군. 어서 기술이 발전하여 초고속 드론들이 마후라를 뗀 스포츠카를 뒤쫓아 벌금 1억을 먹이는 공정사회를 꿈꾼다. 굿나잇!
Oct. 3 of 2021
넷플릭스 초대박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4> 트레일러에 해당 곡이 삽입되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엘라 피츠제럴드와 함께 무대에 설 때면 그녀의 기량에 못 미칠 걸 알기에 매우 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와 엘라가 함께한 'The Lady is a Tramp' 무대를 보면 엘라 옆에서 귀여운 손동작과 현란한 골반 움직임을 선보이는 시나트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Play Next:
Ella Fitzgerald - Bewildered, Bothered and Bewitched
Mama Cass - Dream a Little Dream of Me
Louis Armstrong - Do You Know What It Means to Miss New Orlea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