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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Oct 09. 2021

[10/4] 먹고사는 재즈

Keiko Lee - New York State of Mind


2010년, 돈도 뜻도 없이 맨해튼에 와버린 17살 동양인 여자아이는 밤과 새벽을 잊은 도시와 관광객을 피해 B.B.King 카페에 들어갔다. B.B.King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덜컥 들어간 그곳은 로컬 재즈 밴드가 공연을 곁들인 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 겸 바였다. 동양인 여자아이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았다. 전부 40불이 넘어가는 식사와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칵테일 종류가 적혀있었다. 제일 싼 메뉴는 9달러짜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동양인 여자아이는 저녁 10시에 9달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그것을 새벽 1시까지 혀끝으로 살살 녹여먹었다. 고작 9달러를 내고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는 동양인 여자아이를 째려보는 수많은 직원의 눈빛을 의식했지만 동양인 여자아이는 뻔뻔하리만치 재즈가 좋았다.


밴드가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무대에 나가 베이시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음악이 좋아요. 재즈를 잘하고 싶어요. 나도 베이스를 잘 쳐서 이런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런 멋진 일을 하는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 오늘 빵꾸난 자리를 운이 좋게 때우러 와서 잘 모르겠네. 우린 가난해. 늘 무대를 찾아 헤매지.


이미 물이 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스푼 끝으로 찍어 먹는 17살 동양인 여자아이는 먹고사는 재즈에 다소 실망했다. 그리고 그녀는 2부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당 매니저에 의해 쫓겨났다.


Oct. 4th of 2021



실제로 필자는  다음날 B.B.King 카페에  방문하여 뻔뻔하게 아이스크림만 시켜놓고 라이브 연주를 보려 했으나 리셉션에 앉아있는 직원에 의해 '입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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