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고양이

by jungsin


오늘 저녁이었다. 나는 갈색 슬리퍼를 신고 육상 선수처럼 뛰어가고 있었다. 지하철역에 거의 와가는데 몇 사람이 엉거주춤 서성이며 찻길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교회에 너무 늦어 그냥 지나쳐가려다 속도를 줄이고 잠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삼사십 대 정도의 여자분이 울먹이며 도로의 진행 방향을 향해 손짓하면서, 경비 유니폼 차림의 아저씨께 무언가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애절해 보였다.


커브길 길목에서 용달차 한 대가 진입하지 못하고 서 있었고, 뒤에서는 차가 막혀서 클랙슨을 울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용달차가 멈칫하고 섣불리 앞으로 가지 못하는 찻길 바닥에는 짙은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생선 핏빛처럼 짙붉고 묵직한 피를 콘크리트 찻길 위에 흘리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아저씨는 플라스틱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서서 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길을 가던 여자들은 ‘어머’하고 나지막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수선한 풍경이었다.


난 한 오초 정도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흐느껴 울며 말하고 있던 여자분 한 씬, 경비 아저씨 한 신, 고양이 한 신, 막혀있는 자동차들 한 신. 딴-딴-딴-딴. 네 신을 보는데 오초 정도가 걸렸다. 더 상황을 바라볼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나는 금세 냉혈한이 되어 가던 길로 달려갔다. 나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고, 난 이제 그런 일로 감정이 흐트러져 내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수 있을 만큼 원숙해져 있었다.


도대체 왜 그 여자는 흔한 길 고양이의 로드킬 사건 따위에 그렇게 울먹거리며 할 말이 많았는지. 설마 울먹거리던 여자가 그 고양이의 주인이었는지. 또 왜 그렇게 애타게 손짓을 해가며 상황을 설명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 내가 알 바 아니었다. 그런 일 따위 애초 관심도 없었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아 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하필 평소에는 잘 가지 않던 신호등으로 건너간 것이 후회되기까지 했다. 나는 더 이상 여린 마음을 품은 소년이 아니었다. 그런 일로 심장이 쿵쾅거리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순수함 같은 것. 이제 더 이상 나의 영혼에는 없었다. 너무나 고요하고 평안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끔찍한 일이다. 그것은 길가에서 처참하게 죽은 고양이를 보고 담담히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는 뜻이었다. 고양이의 피와 여자의 울먹임.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 내일은 나의 스물몇 번째(스물스물세번째) 생일이다. 믿기지 않는다. 벌써 스무 해도 넘게 살았다니. 나 자신이 점점 아무 파문도 혼란스러움도 없고, 무모함도 설렘도 방황도 점점 사그라지는 안정감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문득 서글프고 아려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유년 시절 마음 한 구석을 밝히고 있던 내면의 빛을, 정말 소중한 어떤 것들을 조용히 다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함께 오래 지켜봐 주지 못해서 미안해 고양아. 얼마나 무섭고 아팠니 너. 너 때문이라도 내가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야옹아. 너도 그곳에서는 건강한 야옹이 되어야 해? 너랑 나만 아는 약속이다? 무서운 씽씽 한 대도 없는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신나게 뛰노렴. 굿바이 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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