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해

by jungsin


언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작은지. 그리고 더욱이, 언어의 전체 세계보다 훨씬 작고 작은 나와, 나의 언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얼마나 작고 작은 것인지, 엄마의 눈물을 보면서 알았다. 서글프게 떨어지는 눈물 줄기 한 방울, 한 방울. 엄마도 사람이구나. 연약한 여자구나. 그리고 위대하구나. 엄마의 사랑은.


도저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수가 없을 만큼 큰 텔레비전 바로 앞에 앉아서도 멍하니 허공에 시선이 있던 엄마를 보며, 미안하단 말이 안 나와 그냥 무심하게 괜히 몇 번 엄마 엄마하고 불렀다. 원래 하려던 미안하단 말 대신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엄마(투박하게) 속상해? 였다. 그때쯤 엄마의 언 마음이 녹기 시작해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것 같았다. 물어봐주길 바라던, 건드려주길 바라던 마음이었나 보다.


남자는 하여간 나쁘다. 거칠고 무디고 나쁜, 남자 둘의 마음결과 엄마의 마음결은 참으로 다른 것이었다. 억센 두 남자 사이에서 평생 얼마나 속상한 일이 많았을까. 엄마는 낫질 한번 파이기 어려운 거칠고 척박한 땅에 어떻게 이렇게 비옥한 사랑의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까. 엄마 미안해. 몇 번을 말하는데, 가만히 엄마의 눈물보가 터졌다. 주르륵주르륵. 서글프고 맑고 여린 소금 물줄기. 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장 강한 눈물이었다.


끙끙 앓고 씨름하며 힘들었던 마음. 아무리 생각하고 아무리 기도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남김없이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던 모든 것들이 더없이 명쾌해지면서도, 더 이상 쓸모 없어져 꼼꼼하고 날카로운 이해의 조각들 따위 보잘것없이 나뒹구는 순간이었다. 정말 깊은 사랑은 언어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토록 의외의 순간에 드디어 이해되었다.


논리는 못난 사람들의 것. 힘은 연약한 사람들의 것. 예민함, 당위, 강박, 고집, 정의감, 충동, 분노, 오기, 오해. 모두 약하고 작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것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갑게 식어도 정갈하고 고유하게 맛있는 홍차처럼, 바로 이렇게, 있는 그대로, 그냥 괜찮은 게 완전한 사랑이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괜찮다. 괜찮다. 그냥. 완전한 사랑이다. 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받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이해되지 않았어도, 완벽히 이해되었다.










작가의 이전글날아라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