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을 때 1
낮은 1인용 소파 네 개가 배열된 스타벅스 테이블에서 이렇게 또 쓴다. 맞은편 테이블에는 아마도 고2~3 정도 된 여고생들이 마주 앉아 정겹게 얘기하며 놓고 있다. 그녀들의 수다를 듣고 있자니, 내가 다 싱그럽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 사귀어서 한 4년 사귄 걸로 하자. 아니면..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서 인터부 하는 거 한 번 해볼래? 어떻게 X를 뽑게 되었어요? 저는…’ 상황극 놀이를 하고 있나 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주 앉아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으로써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한 벌 짜리 까만 트레이닝 복을 입은, 내 맞은편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말했다. ‘야 우리 핸드폰 그만 보자. 카페에 왔는데, 우리 얘기하고 놀아야지. 내려놓고 나 좀 봐아~ 지그음~. 지금 내려놔. 지금!’
아마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이 아이들에게는 스타벅스에 왔다는 것이 어느 정도 특별한 추억의 시간인가 보다. 특별함. 낯섦. 새로움. 감탄. 떨림. 긴장. 가만히 있어도 떨리고 설레고, 신나는 느낌. 삶이 생동한다는 것. 가만히 있지 못할 만큼, 가만히 있다가도 자꾸 까불고 싶을 만큼.
그리고 반영하여 나를 본다. 대체 나는 누구인가. 무엇에 떨려하고, 무엇을 꿈꾸며, 무에 마음과 몸을 저려하는가. 영혼이 진동하는가. 아니지. 그렇지 않지. 꼭 무엇인가 지향점이 있지 않아도, 저 아이들만 한 무렵이었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없어도, 가만히 있어도, 삶에 대한 경이를 느낄 줄 아는지.
정적인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도 동적이기만 한 저 아이들처럼, 나는 카페에 앉아 글을 끄적이면서도 피와 몸 안의 세포들을 다 느끼며 살아있나. 한 순간도 결코 정적일 수 없어 과즙처럼 터지며, 가만히 있지 못할 만큼 삶을 간지러워 하나.
나는 이 생을 깊이 들이마시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