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ngsin




1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집에 찾아온다. 납작한 스포츠카를 아무 데나 주차하는 젊은 중국 졸부들이 찾아왔었다. 엊그저께부터는 젊은 남자들이 두어 번 찾아왔었다. 젊은 사람들이 무엇으로 돈을 벌었는지. 뭐가 그렇게 씩씩하고 생기 있게 자신감에들 차 있는지.


무엇가를 보고, 보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살기만 했던 나다. 보고 보이는 일이 뭐가 대순가. 자존감도 자신감도 늘 넘치던 내게 있어 보고 보이고 듣고 들려주고 냄새를 맡고 맡게 하고. 그런 것들은 언제나 가볍고 흔쾌한 일이었다. 세계의 모든 공간이 내 것 같았다. 소리나 냄새나 모든 것들이 나를 감싸주는 따듯한 감각들이었다.


하지만 ‘집을 보다’라고 할 때의 ‘보다’ 다른 감각이었다. 보이다-는 생각보다 아팠다. 사진 좀 찍어가도 될까요? 네? 아 네네. 괜찮아요(괜찮은지 모르겠지만 괜찮아 볼게요. 아, 안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잠깐만요.) 거기는 정리를 하나도 안 해서… / 괜찮아요. ㅎㅎ / 방은 너무 엉망이라서 좀 안 찍었으면 좋겠는데. / 아이, 괜찮아요. / (제가 안 괜찮다는데…) / ㅎㅎ 그럼 연락드릴게요. / 네, 조심히 내려가세요. 감사합니다. / 네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내 모든 게 담겨있고 녹아있는 곳. 집. 시간과 공간. 냄새, 소리. 눈물, 웃음, 물, 불. 가스, 전기, 음식, 잠, 이불. 창문, 햇빛, 보일러. 계단, 베란다. 화분, 생일 케이크. 티비 소리. 현관.


솔로몬의 재판에서 솔로몬이 아기를 반으로 가르라고 했을 때 진짜 엄마의 자궁이 꿈틀 했다지. 내 장들 중 어딘가 깊은 구석이 꿈틀거리며 저릿했다. 화와 눈물이 일 초 동안 온몸을 삼백 바퀴쯤 도는 것 같았다. 산다는 게 돈이 다가 아니야. 내 안에서 생각이 정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용기가 펄펄 났다.


계단을 내려가고 작아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국의 개선군처럼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함부로 들여다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 서서 희망에 찬 걸음으로 걸어 내려가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과, 은밀한 내면을 존중하는 법을 사려 깊게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도를 많이 했고 많이 울었다. 세상이 조금은 맑아진 것 같았고 바흐를 들었다.



2

언젠가부터 평생 없었던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자꾸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고 내 방 문을 두드린다.

집은 너무 소중한 거구나. 돌아갈 곳, 된장찌개 냄새. 타다다다. 아침녘부터 도마에 식칼질 하는 소리.


크고 넓었던 내가, 너무 작아져 있었다. 넓다가 좁다가 되고, 설레다다가 무감각하다가 되었다. 꿈이 악몽이 되고 집중하다가 산만하다가 되었다. 자꾸. 자꾸만 내 세계가 작아지고 있었다.


이즈음은 이따금 멍하니 집에 대해서 생각한다. ‘집’이라는 것. 구원이라는 것, 자유니 기쁨이니 생이니. 그처럼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3

니트로 콜드 브루 커피를 유리잔에 따른다. 질소 거품이 컵 바닥을 향해 폭포수처럼 떨어지다 역류하고, 시간이 지나며 두 층으로 안정된다. 몇 년쯤, 몇십 년쯤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분리된다. 마음이, 방바닥 가득 펼쳐놓고 몇 시간 동안 놀던 블록 장난감을 파란 버킷에 넣어두는 소년 시절의 나의 손길처럼 된다.


자꾸 신해철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니가 진짜로 진자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뭐야 뭐야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etc)

사유의 조각.


아래는 임윤찬에 관한 한 sns 친구의 글이다. 연결된 사유의 조각이라서… 우선 허락을 구하지 않고 통째로 훔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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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침 1) 집중할 한 가지 일.


Q) 카네기 홀 녹음 현장 당시의 분위기는 어떠했나요?

A) "녹음 연주 당시의 저는

음악에 몰두하고 있었던 상태라,

사실 제 내면의 음악 이외의 요소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Q) 준비/녹음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당시에는 뭔가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때는

제 음악에 몰두해 있었다 보니 아쉽게도

지금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훔침 2) 자기 안이 전부, 무언가로 채워진다는 것.


“음악이 낳은 사람들을 가장 존경한다는 그. 그는 지난해 게릴라 공연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이에 대해 '음악과 사회의 연결'을 묻자, 그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은 이미 전부 음악으로 채워져서, 그 이상의 무언가는 저에게 과분합니다."라고 말했다.”



훔침 3) 그냥 계속 사는 일.


"저에게 음악가로 산다는 것은, 그저 매일 연습하면서 새로운 음악들을 발견하다가 연주 당일이 오면 여태 내가 해 왔던 생각들을 무대에서 연주하고 다음날 또다시 집에서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언가 완성했다기보다는 '그냥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계속, 사는 일”

“나는 '그냥'이라는 말과 ‘계속 찾아나간다'는 말을 듣는 것도 너무 좋다. 아니, 그의 입에서 그 말을 듣는 게 행복하다. 연주든, 음반이든, 연습이든 그에게는 그게 그냥, 계속,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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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sns 친구는 썼다. etc) 아래는 그 분의 글 그대로다. (우선 기록용, 사유용으로 좀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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