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누구랑 가세요? -
미술관에 가는 것이 취미라고 소개하면 듣게 되는 단골 질문이 하나 있다.
매번 그렇게 누구랑 가는 거야?
그렇다.
우리에게 미술관은 누군가와 '함께' 교양 있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곳이란 인식이 지배적이기에 나오는 질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미술관에 간 경험이 손에 꼽는다.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거 아니냐고? 음, 그럴지도 모르겠다. (웃음)
그럼 반대로 내가 질문을 던져보겠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미술관을 가시나요?
실제로, 전시 보는 것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예상했겠지만, 답변은 거기서 거기다.
친구, 연인, 가족, 가끔 혼자...
다 좋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친구와 미술관에 가시나요?
당신은 왜 여자(남자) 친구와 미술관에 가시죠?
당신은 왜 가족과 미술관을 가나요?
당신은 왜 혼자 미술관을 가죠?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자, 그럼 내가 이제부터 당신을 미술관으로 데려가보겠다.
오래간만에 휴가를 낸 당신은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분위기 좋은 미술관에 방문하였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을 관람하기 위해 매표소로 간 순간, 바로 옆에서 어머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아유, 세상에 무슨 2만 원씩 주고 그림을 봐?"
SNS에서 입소문을 탔던 전시라, 기대를 하고 있던 당신은 카드를 꺼내던 손가락을 잠시 멈칫한다.
"어머니, 이 전시 화가 작품이 이번에 경매에서 3억에 낙찰되었대요."
당신의 말에 어머니의 눈빛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보고는 안심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시장에 들어선 지 5분 만에 어머니의 볼멘소리는 이어진다.
"이게 어떻게 3억짜리 작품인지.. 이런 건 나도 그리겠다 얘. 이런 걸 2만 원씩이나 주고 보고 있다니"
결국 당신의 감상은 물 건너가고 어머니만을 위한 도슨트를 자처하며,
해당 작품의 가치에 대한 설득과 우리가 얼마나 유명한 전시를 보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다.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누구나 미술관에서 저마다의 관람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숨 쉬는 것만큼 당연하다.
그리고 누구의 기준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핀트(초점)'의 문제다.
위 사례에서 어머니와 당신은 '동상이몽(同牀異夢).' 즉, 같은 전시를 보면서 다른 관점을 표현한다.
소소한 차이처럼 보이는 이 핀트의 차이가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애석하게도 미술관 전체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버린다.
'아, 여기 너무 지친다. 빨리 밥이나 먹고 싶다.'
'유명한 전시라더니 별거 없네.'
'그나저나 이 미술관은 왜 이렇게 교통이 불편한 거야.'
그래서 누구와 함께 미술관에 가는가는 상당히 중요할 수 있는 문제이다.
만일 당신에게 미술관이 마냥 어렵고 지루한 장소라면, 그동안 누구와 함께 방문했었는지를 생각해 보라.
물론, 나는 무조건 홀로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을 장려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나와 미술관에 대한 핀트가 잘 맞는 사람과 함께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