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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Sep 13. 2023

항상 혼자인 우리 아이, 외로워서 어쩌죠?

느린 아이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아이의 친구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는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선물을 사야 한다는데 선물을 손에 들려 보내본 적이 없습니다. 남자아이들이라 그래도 단짝 친구라는 개념보다는 무리 지어 놀다 보니, 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단체로 이 친구, 저 친구 섞여 놀아 교실에서 외롭지는 않다 했습니다.


그러나 여자 아이들은 ‘단짝’ 개념이 상대적으로 견고합니다. 벌써 7살부터 “얘는 내 친구.”라는 단짝처럼 함께 다니고 싶어 하는 가장 친해야만 하는 친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ADHD나 경계성지능인 친구는 대화가 잘 되지 않거나, 과잉행동으로 교실에서 이미지가 안 좋으면 여자친구들의 단짝이 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거절당하는 일이 일상인 ADHD 아이들을 볼 때면 부모인 우리는 그저 외롭고 안쓰러워 보이실 겁니다. 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친구가 없이 혼자인 아이들이 되는 모습을 자주 봐왔습니다. 급식을 먹으러 갈 때에도 혼자,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도 혼자, 놀이공원 체험학습을 가도 혼자 다니는 아이가 됩니다. 부모와 교사가 보는 그 아이는 참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이제 부모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아이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건 우리가 그렇게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사실 혼자가 편할 때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친구와 억지로 친구가 되는 것도 아이에게는 힘든 일입니다. 쉬는 시간에 혼자여도 책을 읽거나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안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많기를 바라면서 아이에게 오늘은 누구랑 놀았니, 체험학습 가서 점심은 어떻게 먹을 거니 캐묻듯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부모의 질문의 전제는 ‘혼자인 것은 나쁜 것’이라는 느낌을 주거든요.


 경계성 지능, ADHD 아이들은 또래보다 사회성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친구가 많기를 바라면서 약을 더 먹이면 친구가 생길까, 치료를 더 받으면 나아질까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중학생의 경계성 지능 친구들을 보면, 특수 학급에서 지내다가 통합반에 와서 학급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친구들은 매일 매 시간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가끔 오는 특수 학급 친구가 어색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세요. 우리 아이들은 맞지 않는 관계들로부터 벗어나 편안한 자신과 홀로 있는 것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관계가 어려운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관계가 어려운 ADHD 아이들, 경계성 지능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사실 사회적 기술이나 또래 관계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경계성 지능 친구들을 보면 또래와의 교류가 많지 않다 보니 이 사람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이 ‘호의’인지 아닌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다소 힘이 센 친구가 경계성 지능 친구나 ADHD 친구를 부릅니다. “나 천 원만 빌려줄 수 있어? 오늘 내가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거든. 대신 내일 2천 원으로 갚을게.”하며 돈을 요구합니다. 그럴듯한 목소리와 내용으로 친구에게 돈을 갈취하는 것이죠. 그런데 친구가 말을 걸어주고 돈도 더 주겠다는 말을 ‘호의’로 여긴 우리 아이들은 돈을 쉽게 주게 됩니다. 비ADHD인 우리가 보면 바로 호의가 아님을 아는데 말이죠.


 제가 학교에서 보는 혼자가 편한 친구들은 자신을 지킬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였습니다. 비록 친구들과는 원만히 어울리지는 못 해도 가장 소중한 건 ‘나’라는 인식, 악의를 가진 또래 친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려주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알려주세요.


 “친구가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고 돈을 달라고 해도 절대 빌려줘서는 안 돼. 꼭 네가 빌려줄 필요는 없는 거야. 빌려주면 안 돼.”
 “어떤 사람도 너를 때리거나 아프게 해선 안 돼. 친한 친구라 생각한다 하더라도 네 몸이 아픈 일이 생기게 되면 꼭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거나 엄마, 아빠나 선생님께 신고해야 해. 신고하는 건 용기 있고 똑똑한 행동이야.”
 “너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 역시 누군가 다치게 한다면 꼭 잊지 않고 엄마나 아빠에게 말해 줘야 해. 그게 소중한 너를 지키는 일이야.”

 

단짝도 없고 무리에 끼지도 못하는 ADHD 아이들, 느린 학습자 아이들을 이제는 외롭게, 불쌍하게 보지 마세요. 많은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익히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관계를 맺고 끊는 건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느린 학습자를 '거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거북이들은 무리를 지어
바다를 마음껏 누비던데
우리의 '거북이'들은
왜 이렇게 관계가 어려울까요.

혹시, 거북이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건
사실 우리가 그렇게 보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거북이들도
언제든 등껍데기에 머리를 쏙 넣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지.



[윗글은 출간될 책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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