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와 여행하기 힘드셨던 분에게
"세모야! 그렇게 크게 쿵쿵 걸으면 어떡해?! 밑에 층에도 사람들 여행 왔어!"
"세모야, 우리 이제 사람들 많은 곳에 들어갈 거야. 다들 구경하러 왔으니까 뛰면 안 되고, 소리 크게 내서도 안 돼. 알겠지?"
"세모야! 네가 던진 나뭇가지에 누가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절대 던지면 안 돼."
ADHD 아이와 함께 할 때, 가장 힘든 곳이 두 군데가 있다. 바로 '여행지', 그리고 '집'이다.
과잉 행동과 충동성이 강한 ADHD 아이와 집에 있으면 쉬지 않고 수다를 떨거나 신이 나서 동생과 뛰어다니며 나의 혼을 쏙 빼놓는다.
'아, 역시 집은 너무 힘들어. 나가자.' 하고 예약한 여행지에서는 각종 규칙을 알려줘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사고라도 칠까,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맛집을 기다리거나 맛집처럼 북적대는 외식 장소는 허락될 리가 없었다. 잘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로 인해 부모는 이미 입맛을 잃었고, 줄을 서서 들어가도 과잉 행동을 줄이고자 유튜브를 실컷 보여줘야 했으니까. ADHD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준다는 자책과 내 속도 모르는 타인의 시선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사진만 남는다 했던가?
"세모야, 사진 찍자! 이리 와!" 하면,
이미 저 먼발치 달려가 있는 너.
"세모야, 엄마랑 사진 한번 찍자!" 하면,
듣도 보도 못한 각종 포즈를 선보이는 너.
(따라갈 수 없다...)
인생샷은 하늘의 별 따기.
집에서 누리는 평화로운 주말도,
여행에서 누리는 돈독한 가족 여행도
ADHD가 함께 하는 우리에겐 사치였다.
"오빠, 예약 대기했던 숙소가 예약 됐네? 가볼까?"
세모와 둘째를 데리고 나서는 여행길, 와이퍼를 바삐 움직여본다. 장대비가 쏟아졌다. 늘 이럴 때면 예약한 내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날씨 확인을 하지 못하고 결제를 한 엄마인 나의 탓이 될 이 여행이 두려워졌다.
이번 여행지는 휴양림.
깊은 숲 속이었다.
비가 내리는 숲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그저 비를 맞고 서 있는 우거지고 키가 큰 나무들이
우리 보고 '잘 왔다'라고 품어주는 느낌이었다.
숙소는 1층의 작은 방이었다.
세모와 둘째는 실컷 뛰어놀았다.
비가 와서 나가지 못해
그 작은 원룸에 함께 있었는데도 편안했다.
ADHD 아이와 여행을 한 다면, 이런 곳으로
첫째, 1층인 곳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소리 내지 말라고
지속해서 잔소리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도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ADHD 아이의 뇌가 애쓰지 않아도 되고,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 폭격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둘째, 규칙이 많은 곳보다는 무조건 자연
다음 날 비가 개고 아침부터 산책을 나섰다.
아이와 함께 숲 속을 걸으며 깨달았다.
숲 길을 달리는 세모의 자유로움을 보았다.
동생과 버섯 찾기 놀이를 하며,
버섯 모양에 깔깔 대며 웃는 세모의 웃음이
숲 속 매미 소리와 어울려졌다.
콸콸 쏟아져 내려오는 계곡 물에
온갖 돌멩이, 나뭇가지를 던지며
자신의 에너지를 맘껏 뿜어내는 세모.
이곳에선 "차 조심해, 사람 조심해, 하지 마,
그것도 하지 마." 할 필요가 없었다.
셋째, 외식보다 오붓한 가족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내리는 비와 함께 야외에서 구워 먹은 고기는 너무 맛이 좋았다. 그곳엔 맛집은 없어도 기다려야 할 긴 줄도 없었고, 눈치 볼 사람들도 없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외식이 얼마나 힘든지. 영유아 시기만 지나면 외식이 편해진다는데 7살, 8살, 9살도 여전히 외식이 어려웠다.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해결되는 부분이 있지만 조금은 다른 아이에겐 힘든 일이었다.
여행,
가끔 패키지여행을 가면
피로해질 때가 있죠.
가고 싶지 않은 관광지도 유명하다는 이유로 가야 하고, 맛집이란 이유로 끌려가기도 하죠.
어쩌면 아이들은 부모가 짜놓은 여행에
끌려다니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아직도 미숙한 부모라
'가족'의 중요한 멤버, 우리 아이들도
진정한 '쉼'이 있는 여행을 했는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자유롭게,
세모 너도 정말 쉴 수 있는 곳,
그런 곳으로 여행하자.
그리고 함께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