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넌 누구니?
사춘기를 지나는 목적은 단 하나야.
'그래서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너희 자신을 알아가는 것.
엄마와 이어진 탯줄을 끊고 난 이후,
다시 한번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과정.
어른들은 소유했다고 '착각'한 자식들을 놓아주는 데 굉장히 서툴러. 그러니 너희가 사춘기를 통해 스스로를 분리하는 거지.
선생님은 수많은 사춘기 아이들을 만났어.
'사춘기'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안타깝게도 '아픔'만 떠올라.
찬란하고 반짝이는 시절은 분명 아닌 것 같아.
교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교무실에 들락날락하며
담임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게 돼.
"선생님, 저 여기 피가 나는데 보건실 좀 다녀올게요."
"선생님, 저 조퇴하고 싶어요."
"선생님, 저 고등학교 갈 수 있어요?"
어딘가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해
자꾸만 기댈 곳을 찾아다니는 너희들의 모습.
게다가 내가 보는 모습은 너희 뿐만이 아니야.
그 뒤에 그림자처럼 항상 떠나지 못하고 있는,
너희들보다 더 불안한 '엄마'라는 존재.
담임선생님들이 엄마와의 상담들에서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이 있어.
바로 '불안감'.
너희들이 엄마의 도움 없이는 절대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없다고 여기는 것만 같았어.
"선생님, 우리 영민이 열심히 하면 대학은 가겠죠?"
"선생님, 제가 정말 열심히 학원도 보내고 가르쳤는데 저를 원망해요."
"선생님, 우리 호영이는 아직도 한참 부족해요. 제가 이렇게 안 하면 공부 절대 안 해요."
내가 보는 너희들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데 말이지.
엄마들의 불안감으로 너희를 스스로 홀로 서기를 해보지 못하게 하니 정말 잘 할 수 있는 건지도 너희 자신은 잘 모를 거야.
잊지마.
10대의 삶의 목적은 오직 '나'를 찾는 것이야.
너희는 분명 잘할 수 있어.
크게 아프지 않게 사춘기의 폭풍을 잘 지나갈 수 있어.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나는 언제 행복하지?'
'나는 언제 우울하지?'
'나는 왜 공부하지?'
'나는 뭘 잘 할 수 있지?'
'나는 뭘 못 할까?'
'날 방해하는 건 뭐지?'
'나랑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
부디 끊임없이 '나'를 위한 질문을 하길.
부모의 불안감을 차단하고,
네가 갖고 태어난 회복력과 강인함을 믿길.
너희의 사춘기를 응원해.
선생님은 그 일을 언제나 멈추지 않을 거야.
<사춘기 어린이에게 쓰는 편지> 연재를 마칩니다.
학교에 근무하며 매년 사춘기 아이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아이들의 사춘기는 매년, 어떤 세대를 지나온 아이들인지, 어떤 문화를 공유한 부모님들 밑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참 달랐습니다.
저출생 시대에 아이들은 참 귀하죠. 그런데 점점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들은 줄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어린이였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사춘기를 겪었습니다.
그 시기를 지날 때, 우리는 분명 따뜻한 어른 하나쯤은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그 어른의 따스함 덕분에 훌쩍 자랍니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한번 더 쳐다봐주세요.
무거운 가방을 들쳐 메고 아침 바람을 가르며 걸어가는 아이들이 자신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번쯤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질문해보세요.
나는 어떤 어른인가?
/제 브런치북의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