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 지 6개월, 한국에 두고 온 내 행복들

by 이사비나

캐나다에 온 지 반년이 지나갔다.

이곳에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나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 학교 엄마들과 한인 사회에서 알게 된 이민자분들까지.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는 분들도 알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해외에 오래 살아본 건 처음이다.

이제 이 정도 되니 한국이 자꾸 생각이 난다.

어떤 것들은 정말 캐나다에 이민 오고 싶을 정도로 캐나다의 것들이 좋다가도 문득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렐 정도다. 그만큼 나는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이 그리운 것이겠지.


가장 그리운 건, 내 친정. 보이스톡, 페이스톡 하면서 친정 부모님의 얼굴을 뵙고 안부를 나누는 것으로는 해소가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 다른 시도에 살았지만 같은 한국 땅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나 보다. 내 피붙이. 매일 낯선 땅에서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평생 살아갈 생각을 하면, 한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울까 고개를 젓는다.


다 인종 국가인 캐나다에서 '아시아인' 그것도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영어 전공자로서 영어가 아주 불편한 수준은 아니어도 내가 누가 봐도 외국인 같다는 생각인지 이곳 현지인과는 대화를 많이 나눌 일이 없다. 정말 한국어로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남편만이 나의 인간관계가 되었다. 물론, 친구를 많이 사귀었지만 내 영어로 얼마큼 내 마음과 생각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분명 한국에서의 친구들과는 다르다.


어디든 내가 이방인으로 보이지 않는 나라, 소수 인종이 아닌 나라, 그냥 '저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곳. 그런 익숙함이 그립다.


두 번째로 그리운 것은 '반찬 가게'다!

퇴근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서던 '반찬 가게'가 그렇게 그립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한인 마트를 가서 50만 원 정도의 한 달 치 한국 식량을 사 오고 있다. 왕복 1시간 거리. 없는 게 없는 마트인데도 재료를 사면 다 요리해야 하는 요즘, 반찬 가게가 그렇게 그립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다시 걸을 수 있는 추억 속 거리들이 가장 그립다. 아이가 잠들고 슬리퍼 끌고 밤공기 마시며 동네 언니들을 만나러 나갔던 그 거리. 걸어가면서 둘러보던 깔끔한 한국의 간판들, 밤늦게 집으로 수다를 떨며 걸어가도 늘 안전하게 느껴졌던 거리. 주말이면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돌아다니며 놀이터를 탐방했던 순간들. 그리고 꼭 들렀던 편의점. 더운 날 쉬어갔던 그늘이 있던 벤치들.


어딜 가든 내가 아는 곳, 아는 시스템, 그리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는 곳.



'익숙함'

내가 그리운 행복은 익숙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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