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책을 탈고했다

책 쓰기에 대한 마음

by 이사비나

첫 번째 책을 브런치에서 출간 제안을 받고 설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정말 거짓말처럼 '출간 제안이 분명히 올 거야.'라고 말하는 대로 된다고 믿던 시기에, 그날 정말 출간 제안을 받았다. 교무실 구석이 내 자리였는데 조용히 손으로 입을 막고 마음속으로는 열 번은 점프를 한 그 순간. ㅎㅎ


그렇게 첫 책이 나오고, 두 번째 책도 출간 제안을 받았다.

단행본을 두 권을 쓰고 나서 느낀 첫 감정은 '감사'였다.

그리고 가장 압도되던 생각은 '이거 또 할 수 있을까?'였다.


재능이란 잘하는 능력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닙니다. 거기에 덧붙여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열정'입니다.
- <너를 아끼며 살아라>, 나태주


책을 쓰고 싶었고 나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왔다. 가르치는 일이 재능이라면 재능이라 업으로 삼아 교사가 되었다. 그 일에 연장선으로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책을 계속 쓰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고 있을까? 왜 나는 계속 책을 쓰고 있을까? 책을 탈고하고 나니, 나에 대한 질문이 가득해졌다.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체력전이었다. ADHD가 있는 나는 작가로서는 참 까다롭고 어려운 사람이었다. 한 번에 하나만 해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이들이 있는 시간엔 정말 글이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밤 10시면 씻자마자 노트북을 폈다. 피곤한 날이나 그날 아이로 인해 지쳤던 날은 정말 집중이 안 되어서 2페이지를 새벽 2시까지 쓴 적도 있었다. 다음 날 또 일어나 다음 꼭지를 썼다.


그렇게 129쪽의 초고를 완성했다.

100쪽 내외면 책이 될만한 분량이라는데 100쪽을 넘겨 기뻤다. '이건 뺄까?' 했던 것들도 일단은 초고이기에 모두 담았다. 정말 그만큼 아낌없이 다 꾹꾹 담고 싶었던 책이다. 매일 새벽에, 또는 아이가 학원 간 짬을 내어 스타벅스 창가 자리에 앉아 책만 쓰던 날이 끝났다. 캐나다에서 10월, 11월 두 달을 쓰고 1월 한 달 동안 매일 한 꼭지씩 완성했다. 이제 앞으로 몇 번의 교정 과정이 오가겠지만, 일단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은 끝났으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나의 책 쓰기 여정


첫 번째 책은 울면서 썼다. 나와 세모의 지쳤던 ADHD 치료기의 시작과 과정을 담아야 했기 때문에. 그 폭풍 속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글이었다. 두 번째 책은 세모와 같은 아이들과 모든 학습의 순간에서 불안할 부모님들을 위해 썼다. 3, 4번째 책은 문제집과 일력으로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내가 이런 책도 쓸 수 있구나? 책의 세계는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던 책들이었다.


다섯 번째 책은 선물을 포장하는 마음으로 썼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ADHD 아이에게 '글'의 세계를 가르쳐온 과정을 담았다. A+스터디로 ADHD 아이들과 부모님과 온라인으로도 책의 내용을 조금씩 함께 실천해보기도 했다. 귀국을 준비하고, 또 이사를 준비하면서도 스터디를 꾸준히 짧게라도 함께 해왔다.


스터디는 모두 무료로 함께 인증하고 줌으로 짧은 특강도 했었는데, 한국에 오고 나니 문제가 있었다. 내 공간이 없다는 것... 유튜브를 찍을 공간도 없어서 지금 헤매는 중이다. ㅎㅎ 집 근처에 미팅이 가능한 스터디룸을 예약해서 줌 특강을 하러 나갔다. 생각보다 너무 아늑하게 조용히, ADHD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들과 이제 온라인으로 만나면 참 반갑다. ADHD 아이를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만은 옆집 친한 엄마 같다.


5번째 책을 탈고 한 날, 4번째 문제집의 교정 요청 메일을 받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하기로 했다. ADHD 아이의 부모로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내 정체성이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글에는 얼굴이 없으니 참 감사할 뿐이다. 글을 통해 나를 소개하고 독자를 만나는 이 책 쓰기가 너무 좋다. 80살이 넘어도 쓰고 있을 내 내 모습이 상상이 간다. ㅎㅎ 무슨 책을 쓸지 기대되면서도 이 세상에 그래도 좋은 것들을 내어놓고 싶은 작은 욕심에 하루를 좀 더 '바르게' 살고 싶어진다.


3월. 복직을 한다.

이제 다시 또 현장에서 글쓰기로 성장한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책 하나를 쓰고 낼 때마다 '나'는 계속 달라진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돌아가는 마음이 더 자신감이 있고 설렌다.


4월. 다시 또 책을 쓰게 되었다.

작년 말, 계약한 6번째 책. 나의 4번째 단행본 초고를 4월 1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목표는 7월 방학 중 탈고다. 엄청 깊숙한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단어와 문장들이 책이 되어 나올 예정이다.



책 쓰기는 체력전.

운동을 해야 한다.

오늘 일단 30분 걷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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