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나는 왕따가 되었다

성인 ADHD인이 돌아보는 10대의 친구 관계

by 이사비나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어딘가 늘 불안했다.

같이 있지만 나는 늘 그들의 대화를 청취하는 청취자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혼자였던 적은 없지만 늘 혼자인 마음이었다.


"가을아, 이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사 왔어."

그림을 잘 그리던 초등학교 5학년 같은 반 친구 가을이는 인기가 많았다. 나는 가을이와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늘 더 잘 보이고 싶었다. 문방구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 주머니에 돈이 있을 때마다 가을이에게 사줄 것들을 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가을이와 같은 친구에 머물 수 있다는 불안이 나를 채근했다.


친구들이 보는 그 시절 내 모습은 중간이 없었을 것이다.

시끌시끌 멈추지 않는 수다와 깔깔 대던 목소리, 말괄량이 삐삐 같다가도 날카롭게 찌르는 친구의 말에 금방 우울해져 마음이 개미만큼 작아졌다. 돌아보면 늘 호수같이 안정적인 친구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나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인기 있는 무리에 들어갔다. 노는 친구들은 아니었지만 늘 당당하고 재밌어 보이던 여자친구들 무리에 속해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었다. 그런데 거기에 속해서 '아 다행이다'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는 왕따가 되었다.

아니, 사실 내가 알기도 전에 이미 나는 왕따였다.

따돌림은 그렇게 당사자가 알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친구들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게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전부터 내가 없던 자리에서 하 씨가 나의 험담을 할 때부터였을까? 그건 지금 생각해도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아픈 기억이다.


하, 김, 유 씨와 함께 밥을 먹던 때였다.

"야 BBD 오늘 왜 그러냐?"

"그니까. 아까 BBD 하는 짓 봤어?"

"진짜 어이없더라."


갑자기 나타난 알파벳 세 글자였다.

"BBD가 누구야?" 조심스레 물었다. 나만 모른다는 것이 덜컥 가슴이 쫄깃하듯 아팠던 것 같다.

"아 ~ 있어. BBD. 너 몰라? BBD? 걔 있잖아~"

"BBD라는 이니셜이 누구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BBD에 대한 가십은 1주일, 아니 2주일 넘게 지속됐다.

BBD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기 되기까지.





ADHD 아이의 친구 관계를 연재하다 언젠가는 써보고 싶었던 제가 가장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를 꺼내놓아요. 왕따가 되어본 경험은 그 누구도 겪지 않길 바라는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ADHD 진단을 받고 그 시기를 자꾸 곱씹어보게 됩니다.

'ADHD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좀 더 친구들 무리에서 눈치가 좋았더라면 달랐을까?'

좋지 않은 기억들은 아물어도 상처는 상처이기에 여전히 많은 관계에서 아릴 때가 있습니다.


이 연재가 몇 편이 될지는 모르지만,

따돌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의 마음,

그 시기를 극복해 온 과정,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네요.

저는 복직을 합니다.

혼자인 아이들이 많다고 하네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어쩌면 이유가 없기도 하겠지만,

모든 아이들이 적어도 '나' 자신을 탓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매주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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