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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Jul 12. 2016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비법

유시민, <표현의 기술>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인 유시민.
좋아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래서 그가 쓴 책들도 읽어본 게 없고, 그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지금은 뭘하며 지내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패널이 바뀌고부터 재밌게 챙겨보고 있는 썰전에서 이 분의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내되,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가 전원책 아저씨를 참 좋아하지만, 가끔 그냥 우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 분은 그런 게 없다.ㅋㅋㅋ

그러던 찰나, 이 분이 책을 내셨다.
그것도 심지어 <표현의 기술>.
당장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이 분은 책에서도 또렷하게 자신이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밝힌다.
다만 이 "정치적"이라는 게, 어떤 편을 가르고 이념으로 대립을 하자는 게 아니라,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기 위한" 정치적인 글쓰기 라는 것이다.

보통 정치적인 성향을 보이는 글을 보다보면,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글들은 읽는 사람들마다 성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하지만,
유난히도 정치성이 들어가면 굉장히 과격해지고 감정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다.


정말 좋은 글쓰기는,
그 사람이 어떤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든,
그 성향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나니 그랬다.

유시민 작가의 의견과 사상이 나와 꼭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서평을 쓰든, 소설을 쓰든, 내 의견을 피력하는 어떤 글을 쓰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솔직한 내 생각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어떤 이념이나 틀에 갇힌 생각이 아닌 자유롭게 펼친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어떤 것에 대한 비평이라면 타당한 이유나 근거들을 분명하게 들어야 하며,
나를 표현하는 글을 쓸 땐, 내가 누구인지 핵심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글을 쓸 땐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문장은 생략하고,
그러면서 그 안에 내 의견의 핵심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남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정치를 하던 시절에 질리도록 겪었는데, 욕설과 악플을 견디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죽은 후에 오래 기억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역사에 뭘 남기고 싶다는 욕망도 없고요.
그렇게 하려고 버둥거린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저, 살아 숨 쉬는 동안 열정을 쏟아서 멋진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넓고 깊게 교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옳아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 보거나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악플이 겁나서 눈치를 보는 것은 다릅니다.
두려움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하면 생각이 막히고 글이 꼬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늘 잘되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먼저 이견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공감을 표현한 다음 제 생각을 말합니다.
'나는 이런 사실이 중요하고, 이런 해석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누구든 상대방이 자기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느끼면 그 사람의 말을 더 진지하게 경청합니다.


'대학생을 위한 동서양고전 100선'이나 '교양인을 위한 추천도서 100선' 같은 도서목록에 주눅 들지 마십시오.
그런 목록을 만든 대학 교수들 중에도 칸트의 이 책을 완독한 이는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은 굳이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고통을 견디면서 끝까지 읽어 봤자 어차피 이해를 못 하니까요.
칸트 연구자가 쓴 해설서를 보고 정언명령이 무엇인지만 이해해도 됩니다.
인생은 짧고 책은 많아요.
재미있는 책을 읽기에도 인생이 짧은데, 뜻 모를 책을 읽느라 '셀프고문'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빠른 속도로 읽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어요.
'1년에 300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어 치우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렇지만 다독과 속독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지식을 배우는 데 집착하지 말고 몰입의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한다면 굳이 빠르게 많이 읽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몇 권을 읽든, 마음을 열고 책 속으로 들어가 글쓴이가 전해 주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생각과 감정이 풍성해지고 삶이 넉넉해지는 기분을 맛보게 될 겁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맛이에요.
이 맛을 즐겨야 감정 이입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아 나도 소설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면,(좀 건방지지만ㅋ)
이 책을 읽으면서는 생활 속에서 내가 많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팁을 많이 얻었다.
글을 좀 잘 써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고.


특히 서평을 쓸 때마다,
내가 읽었을 땐 분명히 훨씬 더 큰 임팩트가 있었는데 뭔가 글로 적고 보니 밋밋한 경우가 들 때가 정말 많은데,
이 책을 보면서 어떤 방법으로 써야할지 좀 배우게 되었다.
물론 그걸 연습하고 답습하는 것은 둘째 문제겠지만.

베스트 셀러 작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아도,
감동이 넘치고 문학성이 높은 문학작품을 하나 써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어도,
이 책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팁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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