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때 LA 인턴을 다녀왔습니다. 제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LA 인턴에 대한 두 번째 글을 시작합니다. 물론 이 경험을 통해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내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인턴 제도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인턴이, 가본 적도 없고 정보도 불충분한 미국 현지 회사, 그리고 미국에 대해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그 민낯과 현실을 모른 채로 지원하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피해를 보거나, 막상 미국에 와 보니 예상과는 다른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턴십 회사는 어쨌든 비자가 성공적으로 나오고, 인턴을 미국으로 보내버리고 나면 그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 역시 당시의 일 년 반을 돌아보면 즐거운 기억들도 있었습니다. 1편에서 이야기했듯이 LA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곳이기도 하니까요. 이 글을 쓰는 것은 LA 인턴 및 J-1으로 미국에 일하러 가는 모든 분들께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드리고 싶어서이지, 가지 말라고 여러분들을 붙잡거나 그 제도에 대해서 무지성적인 비난을 하고자 함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그저 한국 인턴십 회사들이 제공하는, 단편적이고 걸러진 정보만에 의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틈틈이 LA 근교와 미국을 여행하기에는, 뭐 나쁘진 않다.
만약 본인이 할리우드, 디즈니랜드를 포함한 LA 근방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찬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상술한 장소들을, 코로나로 인해 모든 장소가 일시 폐쇄되기 직전까지는 열심히 드나들었습니다. 산타 바바라,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유명한 곳뿐만 아니라 깨끗한 자연환경이 보존된 카탈리나 섬, 애리조나 주의 소소한 장소들까지 많은 곳을 여행했습니다. 보통 J-1 비자 소지자들은 인턴 기간이 끝난 후 30일의 기간 동안 미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을 활용하여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미국 내 어디로든 가고싶은 곳을 갈 수 있습니다.
5. 터무니없이 낮은 인턴의 시급, 그리고 LA라는 대도시의 암(陰)
LA 인턴의 시급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아니, 굉장히 많이 후려쳐진 가격입니다. 2020년 당시 LA 최저 임금은 시간당 $15였고, 그것이 제가 받았던 시급입니다. 심지어 이 가격은 'Minimum Wage for Workers', 즉 말 그대로 최저 시급입니다. 한국에서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할 예정 혹은 취득한 사람이 받을 만한 가격은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패스트푸드 매장 직원이 포지션에 따라 여러분보다 더 높은 시급을 받기도 합니다.
LA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 자체가 미국에서 잘 사는 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주거비, 인건비는 물론이고 각종 인프라 비용이 타 주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고요. LA는 1인당 평균 한 달 생활 비용이 $3, 437,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대략 470만 원 정도 듭니다. (Ivandzhelin, 2024) 미국 내에서도 무지막지하게 비싼 곳 중 하나입니다. 그런 곳에서 최저 시급으로 일 년을 살아남기는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게다가 돈을 절약하기 위해 미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시간 면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뚜벅이로 살 순 없으니 다들 차를 구입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목돈 모으기란 꽤나 힘들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또한 방을 알아보던 저와 다른 인턴 친구는 처음에 그 유명한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를 참조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월세가 훨씬 저렴한 매물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월세가 저렴한 데는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주소를 우버 어플에 찍고 도착한 곳에서, 저희는 소스라치게 놀라 바로 그곳에서 달아났습니다. 단 몇 시간이라도 이런 곳에 머물렀다가는 범죄의 대상이 될 것만 같았던 동네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저렴한 월세, 저렴한 동네라는 것은 곧 그만큼 여러분의 신변을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미국 및 캐나다는 각 동네의 우편번호, 즉 Zip Code에 따라 집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합니다. 이것을 다르게 책정하는 기준들 중 하나는 바로 범죄율이고요. 위험하고 허름한 동네일수록 월세가 쌉니다.
결론적으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그에 맞춰 돈을 절약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LA라는 불균형하게 발달된 도시의 어두운 면모가, 우리로 하여금 여러 가지 조건을 타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대한민국 정도의 치안과 인프라가 보장된 곳에서 살려면 돈을 꽤나 써야만 하는 곳입니다.
6. 영어를 배우러 오는 것이 목적이라면 과감히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이롭습니다.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LA는 절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인, 아니 동양인을 찾아볼 수가 없기에 생존 목적으로 영어 실력을 늘릴 수밖에 없는 미국 시골과는 달리 LA는 영어 못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도시입니다. 영어 실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과감히 유학, 혹은 대학생이라면 교환학생을 알아보시던지, 워킹홀리데이 등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가서 일하게 될 곳은 무늬만 미국 회사이지 그 실상은 한국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에 위치해 있고 미국 시민권자에 의해 경영되는 회사이지만, 사실 그 회사의 임직원 대부분은 한국계 미국인 혹은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앞으로 여러분의 생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할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한인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상대는 한국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 중 영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업계에만 한정된, 실용적이지 못한 것들 뿐입니다. 게다가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라고 해서 모두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금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들 중 영어를 잘하고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람들이라면 굳이 한인 회사라는 선택지를 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7. H-1으로 연장해 준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당시 인턴 지인들 중 한 명이 회사로부터 H-1으로 연장 제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축하한다고 했지만, 사실 조금은 반신반의했습니다. 미국에서 J-1 비자 소지자는 "2년 본국 거주 의무 규정"에 따라 본국에 귀환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만 오직 H-1 신청이 가능합니다.
또한 H-1의 가장 큰 장벽은 로터리 제도입니다. 최근 합격률이 20% 전후인 이 제도는 아무리 고용주의 스폰서가 있어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불가능합니다. 또한 정부 수수료 비용 및 변호사 비용을 포함하여 최소 $10,000 정도, 한화로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은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이 바로 LA의 한 회사에서 H-1B 스폰서를 받아 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인 이야기로는, 만약 여러분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회사로부터 제안받았다면 이것은 좋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한 약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로터리에 뽑혀야 한다는 핵심 조건을 말하지 않았다면 더욱이 말이죠. 최저시급으로 여러분들을 부려먹는 것도 모자란 판국에, 사탕발린 거짓말로 귀중한 노동력을 더욱 착취하겠다는 탐욕스러운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부디 저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론 이후 F-1으로 전환하여, OPT를 거쳐 영주권을 준비하는 목적이라면 상기한 내용은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여러분의 선택이라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
8. 사람 조심하세요.
물론 어딜 가나 사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역시 당연하죠. 하지만 막상 홀로 낯선 미국 땅에 도착하고 나면 조금은 외롭기도, 두렵기도 한 마음이 들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 살며 체득해 온, "위험이나 불이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직감(Intuition)"이 낯선 외국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다면 더욱 쉽게 LA 현지에 있는 한국인 교포들을 쉽게 믿고 따르게 되고요. 이 점에서 특히 조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LA로 오는 인턴들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라디오 코리아(RadioKorea)라는 웹사이트의 열 군데가 넘는 집들을 돌아봤는데, 그중의 절반 이상은 취사가 불가능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목재로 만들어진 LA의 집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방 한 칸의 한 달 월세가 한화로 80만 원이 넘는데도, 취사가 불가능하다고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에 더해서 심지어 부엌과 거실, 복도 곳곳에 감시 목적의 CCTV를 설치해 놓은 경악스러운 곳도 있었습니다. 보증금 명목으로 한 달치 월세를 추가로 받아놓고, 퇴실할 때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보증금을 제대로 환불해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친구 등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는 집주인들도 있었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턴을 쫓아내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특히 초기 정착기에는 이동수단이 필요한 인턴들에게 라이드를 해 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유 없는 편의 제공이란 없습니다. 실제로 공짜로 라이드를 며칠 해 주었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서른 살은 어려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자 인턴에게 식사 비용을 여러 번 부담하게 하는 파렴치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꽤나 사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에 더 이상 여기서 밝히긴 힘들지만,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군상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을 조심하시길.
긍정적인 면모를 어느 정도 언급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그렇게 되지 못한 것 같군요. 뭐, 각종 인턴십 회사 및 정부 사업단들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이 제도를 홍보하고 있으니, 저 한 사람 정도쯤은 이렇게 현실적인 의견을 내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정보의 불균형이 맞물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무리하자면, 그래도 가고자 하실 분들은 가실 겁니다. 가고 싶다면 가는 게 맞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귀중한 것이고 인생에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어떻게든 여러분을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자양분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 가지 질문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저는 시에서 청년지원금을 받아 그렇게 큰 액수가 들지는 않았는데, 과연 이렇게 한 사람당 적게는 500 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의 금액을 지불해 가면서 다녀올 만한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경험인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인턴을 가고자 하는 데는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신 나름의 이유를 인턴으로 일하는 기간 내내 늘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지 인턴이라는 이유로, 혹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분의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거나 자존심을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참조 1: Ivandzhelin. (2024). Cost of living in Los Angeles: Beginner’s Guide to Expenses. HousingAnywhere. https://housinganywhere.com/Los-Angeles--United-States/cost-of-living-in-los-ang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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