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세 번째로 인도에서 맞이하는 디왈리
올 겨울도 어김없이 우리는 인도에 와있다.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 날씨를 피해, 그리고 인도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디왈리(Diwali)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올해의 디왈리 시즌은 어제 날짜인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우리는 디왈리 이틀 전인 지난 18일 자정 넘어 인도 벵갈루루의 캄파고다 국제공항에 내렸다. 대략 20시간 정도가 걸렸던 대장정이었다. 그리고 며칠을 캐나다와 인도 간의 시차에 적응하느라 잠으로 보냈다. 늘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긴 정말 먼 나라다.
디왈리(Diwali)는 인도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이다. 인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캐나다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어느새 꽤나 인지도가 있는 유명한 기념일이 되었다. 사실 디왈리의 본질은 빛의 축제, 어둠을 넘어선 빛의 승리 등의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맘때 즈음 한국에서는 추석을, 캐나다에서는 추수감사절을 동시에 기념하고 있으니 나는 주변 가족들에게 기억하기 편하게 '인도의 추석'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사실 겨울의 파종기를 맞이하는 의식이라는 의미도 있으므로 뭐 어느 정도는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디왈리의 시작과 끝은 바로 빛이다. 인도 사람들은 디왈리가 시작되게 며칠 전부터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꼬마전구를 집의 곳곳에 달아 장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덕분에 디왈리 기간 인도에서는 평소보다 한층 더 휘황찬란한 불빛의 향연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밤이 되면 더 아름답다.
자, 이렇게 전구를 달아 집의 안팎을 장식했으니 다음은 무엇이 이어질까? 성미가 급한 외국 사람인 나는 계속해서 묻곤 했다. 다음엔 뭐 해?라고 몇 번이나 말이다. 그렇지만 아람세(Aram Se), 즉 천천히라고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여러 번 대답했다. 자고로 더운 나라인 이곳에서 축제란 해가 지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된다. 낮부터 집 주변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죽 소리는 저녁이 될수록 더욱 잦아진다. 그와 함께 인도 사람들의 디왈리에 대한 흥도 높아지기 시작한다.
저녁 일곱 시 정도가 되면 가정마다 각각 랑골리(Rangoli)를 만들고 푸자(Puja)를 시작한다. 보통 랑골리는 형형색색의 모래 가루를 뿌려서 만들지만 디왈리 때는 특별하게 생꽃잎으로 장식한다. 또한 푸자란 힌두교도들이 지내는 의식으로, 우리나라의 제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코코넛을 비롯한 각종 과일, 바나나 잎, 꽃과 다양한 장식물들을 준비한다.
이렇게 신을 환영할 준비를 갖추고 나면 본격적으로 푸자가 시작된다. 어느새 인생에서 세 번째로 디왈리 푸자를 참관하는 것이긴 하지만, 실토하자면 힌디어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사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진행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모든 푸자의 절차는 산스크리트어로 진행되며, 주로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비는 내용이다. 그리고 가정의 신 락슈미에게 꽃과 각종 물건들을 바치며, 힌두교에서 푸자를 마무리하는 방식인 '이야기를 낭독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게 제사 의식인 푸자를 마무리하고 나면 모두들 함께 모여서 디아(Diya)라고 부르는 촛불을 켜서 집안 곳곳을 밝힌다. 디아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접시 같이 생겼는데, 몇십 개의 디아에 일일이 면으로 만든 심지를 넣고 램프유를 부어 디아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하나하나 불을 붙여주면 완성이다. 디아는 집의 한 공간 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방에 하나하나씩 채우는 것이 원칙이다. 디아에 붙인 불은 꺼뜨리지 않고, 다음날 아침까지 자연스럽게 다 타도록 내버려 둔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마지막 남은 것은 디왈리의 밤을 즐기는 일이다. 디왈리의 밤, 인도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꽃놀이를 시작한다. 사실 내가 이 불꽃놀이를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조금은 의아했지만, 원래 불장난이라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신나는 일이지 않은가. 불꽃놀이를 양손에 쥔 순간 마치 잊고 있었던 동심이 되살아난 듯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인도 정부 역시 디왈리 불꽃놀이가 가져오는 공기 오염과 소음공해에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방갈로르에서는 디왈리 불꽃놀이가 가능한 시간 및 장소가 사전에 지정되어 있다. 방갈로르는 인도에서는 꽤나 큰 도시이고 나름 현대화가 잘 되어있는 곳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만큼 사람들의 교육 및 소득 수준도 높은 곳이다.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아파트에서 지정된 공간은 아파트 정문 앞의 한적한 도로변이었다. 아파트 관리인들이 불꽃놀이가 가능한 구역을 표시해 두었다. 해당 구역 내에서 저녁 시간부터 자정인 밤 12시 까지는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규칙을 무시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벗어나거나, 예정된 시간 이외인 새벽 이른 시간에 드문드문 들려오는 불꽃놀이 소음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방갈로르 정도면 꽤나 정돈되어 있는 편이다. 델리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불꽃놀이로 인한 공기 오염도 덜한 편이고 말이다.
밤이 깊어도 도시의 불빛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창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폭죽의 잔향 속에서 인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빛으로 시작해 빛으로 끝나는 축제, 디왈리는 단지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어둠을 밀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려는 인도인들의 삶의 방식이자 태도였다. 그렇게 올해도 인도의 겨울은 빛으로 물들었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이 나라의 따뜻한 생동감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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