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무서운 시계 - 시계관의 살인(1)

시계가 주는 강박적인 공포, <시계관의 살인>

by 금파랑

[원작: 시계관의 살인(The Clock Mansion Murders, 時計館の殺人-1991), 저자: 아야츠지 유키토]

[드라마: 시계관의 살인(時計館の殺人), 훌루(Hulu)에서 2026년 방영]


시계, 말 그대로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이자 기계. 때로는 유용한 기계로, 혹은 예쁜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로 몇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그 종류와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아주 작은 휴대용부터 시작해서 성인 남자 한 명의 키 정도는 거뜬히 넘어설 만큼 큰 것까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108개의 시계 역시 그러하다. 롱 케이스 클럭, 샹들리에형 시계, 흔히 볼 수 있는 탁상시계, 혹은 그 자체로 거대한 문자판이 되는 테이블형 시계 등등. 흥미롭고 다채로운 시계들이 눈길을 끈다. 이 시계들에 대해 단 한 가지 무시무시한 사실이 있다면, 바로 그 시계들이 흉기가 되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


<시계관의 살인>, 이 작품을 책과 드라마, 각기 다른 두 매체로 접하며 시계라는 존재를 새로이 볼 수 있었다. 살인자의 손에 들려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시계라니. 또한 108개의 시계가 매 15분마다 일제히 울려대는데, 한두 개도 아니고 백여 개의 시계들이 그렇게까지 울려대는 것은 정말이지 섬뜩하기 그지없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나를 통제하려는 듯한 강박적인 공포마저 심는다. 작중 인물 중 한 사람은 이렇게도 말한다. "시계가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이 있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라고 말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작으로 늘 꼽히곤 하는 <시계관의 살인>. 원작이 되는 소설을 작년 겨울 처음 읽어 보았다. 이후 몇 개월을 기다려 공개된 동명의 드라마. 전작 <십각관의 살인>을 무난하게 보았기 때문에 이 역시 큰 기대 없이 시청했다. 그렇지만 여러모로 전작의 아쉬움을 가볍게 뛰어넘는 이 작품의 완성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원작을 끼고 틈틈이 비교해 가며 읽었다. 대사 한 줄 한 줄, 사소한 상황 묘사 하나하나까지 아주 충실하게 따라간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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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hulu.jp/tokeikannosatsujin


<시계관의 살인> 역시 두 갈래의 시점이 교차되며 서술된다. 바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구관(舊館)이라고도 불리는 내부와 그리고 그 바깥의 공간, 신관(新館)이다. 이제는 익숙한 '코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가와미나미'와 신출내기 추리작가가 된 '시시야'(작가 필명이다, 본명은 '시마다'). 지난 작품에서는 함께 외부에서 사건을 추리했으나 이번에는 서로 떨어져 이 사건을 각각 내부의, 그리고 외부의 관찰자로서 경험하게 된다.


죽은 소녀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기이한 저택, 시계관. 반지하에 창문도 없는, 마치 내부에 사람을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듯한 그 집에 의도치 않게 갇히게 된 사람들. 그들은 3일 동안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총 9명 중 최후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주인공인 가와미나미 단 한 사람.


그를 비롯한 시계관 내부의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로부터, 그리고 시계관 전체에 가득한 시계들이 주는 공포와 강박감에 시달린다. 집 자체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진자시계를 연상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이 시계관에서, 그들을 72시간 내내 둘러싼 시계소리는 점차 그들의 몸과 머릿속을 잠식해 온다.


한편 시시야는 시계관의 바깥에서 의문투성이인 이 장소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저택은 구관, 신관, 그리고 납골당까지 포함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아이코닉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바늘 없는 시계탑"까지. 또한 그는 저택의 소유주 '코가' 가문에 대해서도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저택에 살던 가족들 및 고용인은 마치 짠 것 마냥 차례로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총 일곱 명. 작품 내에서 호기심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시시야는,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성격과 집요한 탐구 정신을 발휘해 가며 시계관에 숨겨진 진상을 쫓는다.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기묘한 건축가의 이름은 여기서도 중요하게 등장한다. 숨겨진 선반이라던가 문 혹은 비밀 통로를 자신의 건축물 속에 숨겨 두곤 하는 괴짜 건축가. 그가 설계한 또 하나의 건물, 바로 시계관.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밝혀진 진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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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상은 바로 시계관의 외부와 내부의 시간은 각기 다르게 흐른다는 것. 시계관 내부의 모든 시계들은 진짜 시간보다 1.2배 빠르게 돌아간다. 바깥세상의 10년이 시계관에서는 12년이 되는 셈이다. 시간을 새로이 창조하고 통제하려 했던 광기와 욕망에 사로잡혔던 코가 미치노리. 그는 딸의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함이라며 그렇게 뒤틀린 목적으로 그녀를 가두어 버린다.


이 작품의 주요 트릭 중 가장 인상 깊은 것 중 하나는 바로 12개의 방의 벽에 각각 달려 있는 "모자이크 타일 시계"이다. 이 타일 시계의 시곗바늘을 돌려 모든 벽을 열어젖히면, 시계관 내부의 12개의 방은 더 이상 벽으로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마치 시계 위의 1부터 12까지의 숫자들을 시침과 분침이 끊임없이 돌고 도는 것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12개의 방과 집 전체가 마치 멈춤 없는 시곗바늘의 흐름처럼 코가 미치노리의 딸과 시간을 통제한다. 아니, 통제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무릇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따름이었을까.




<시계관의 살인> 드라마는 아직 전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총 8화의 내용 중 1~6화까지만 공개되었을 뿐이다. 최종 진상을 밝히는 나머지 2화는 3월 중에 풀린다. 이후 추가로 리뷰를 작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