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전
오늘 같은 금요일이면 피곤한 게 기본인데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
매일 타던 퇴근 택시도 차가 밀리니 세 번의 버스를 환승해 왔지만 쌩쌩하다.
하루 종일 전혀 피곤함이라곤 없었다.
어제 내가 무얼 먹었는지 되짚어 보니 생굴 몇 점과 나머지로 굴전을 후다닥 해서 먹은 게 여느 때와 다른 패턴이었다.
그 굴전이 오늘 나의 컨디션을 최상급에 이르게 한 것인가 싶다.
지난주 복지과 점심 회식 날도 그랬었다.
메뉴로는 매생이굴국밥과 굴전 이었었다.
디저트로 키위주스도 마셨다.
그날도 오늘처럼 최상급 컨디션을 유지했었다.
굴을 좋아해서 굴요리는 뭐든 잘 먹는다.
생굴, 굴국밥, 굴전, 굴튀김, 굴무침, 어리굴젓까지.
그러고 보니 굴요리가 다양하고 내가 진심 좋아하는 걸 새삼 알게 된다.
하긴 오늘 디저트도 여느 날과는 다르게 럭셔리했었긴 하다.
즉석밤과 밤양갱, 휘낭시에까지 오랜만에 배송받은 것을 커피와 먹었었다.
이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오후 네 시쯤 되면 따분하고 지루할 즈음 달달한 디저트가 당긴다.
이때 적당히 먹어주면 충전이 되고 퇴근길이 지치지 않는다.
컬리와 오아시스로 늘 배송을 받지만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퇴근 후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나는 따로 장을 보지 않는다.
하긴 늘 쿠폰이 지급되는 바람에 더 그러하다.
오늘은 통통한 칠리 새우와 생굴과 샐러드로 시마이 혼술을 할 참이다.
택시비를 절약했으니 고급 소주도 샀다.
내가 나를 잘 먹이고 있으니 아직은 건강하다.
좋은 식재료의 음식으로 나를 보듬는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굴튀김 한 접시를 누구와 먹으러 갈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