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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가 날 돕는다

행복하다

by 스토리

내가 살아야만 하는 동에 러브콜을 받았고 출퇴근이 앉아서 십 분으로 해결되니 세상 편하다.

지난해와 다르게 에너지가 남는다.

사위가 지어준 녹용 홍삼 보약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반년이 지나자 동사무소가 내 집처럼 편해져 눈 뜨면 달려가고 싶은 곳으로 변했다.

첫날은 지옥으로 집에 가고 싶었었다.

이젠 여기가 나의 천국이다.

후원품 전달 업무이니 늘 감사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

참 좋은 일자리다.

모니터링으로 나의 필력을 발휘할 수 있어 좋다.

나의 기록이 내 이름 석자로 영원히 남는 것도 뿌듯하다.

그야말로 나랏일에 일조를 하는 공무원이 맞다.

이런 일이라면 내년에도 하고 싶어졌다.

욕망은 끝이 없다더니 나도 별 수 없는 인간이다.

장애인 복지관의 이천 원 점심도 너무 잘 나와 체중이 오 킬로나 늘었다.

너무 잘 먹어 탈이다.

어제는 수급자분께서 텃밭 못난이 작물 오이와 가지를 가져다주어 여럿 나누어 주었다.

사실 난 배짱이라 푸성귀 주는 걸 싫어한다.

그걸 요리하자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근사한 샌드위치도 주어 황송스럽다.

다음엔 양배추를 가져온다니 부담스럽다.

난 무얼 보답해야 하나 싶다.

그저 고마운 따름이고 기분 좋은 일이다.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해 걱정하며 편의점을 들어서는데 흰 비닐우산이 버려져 있다.

펴보니 멀쩡하다.

도깨비방망이가 따로 없다.

내가 원하고 상상하면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는

요즘이다.

내 생애 이런 날들은 없었다.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이 실감 난다.

오늘은 또 어떤 선물이 주어지려나 기대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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