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 그만하라는 신호
책 만들기 수업 7회 차가 도래하건만 발행할만한 글 한편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나만의 일기글도 쓸 수가 없다.
무엇이 나를 이다지도 무력하게 짓누르는 것일까.
번아웃인지 우울증 인지도 헷갈린다.
지지난달 첫 수업에서는 의욕이 있었다.
딱 그날까지만 이었다.
도대체 무얼 하자고 이주에 한번 참석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브런치 매거진의 글들로 대체하겠다는 심산일 뿐이다.
오래전부터 모아둔 글로 책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로망 한 자락은 있었지만 그 염원이 너무 바래버린 것이다.
책은 내서 뭐 한담으로 변해 버렸다.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 그 욕망조차도 죽어버렸다.
그리도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딱 끝나고 가을바람이 스치자 나의 무기력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나가질 않고 있다.
식욕이 전혀 없어졌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겨우 노구를 집에서 동사무소로 데려다 놓는 게 전부이다.
택시로 귀가 후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아침까지 이어진다.
저녁식사도 차리기도 먹기도 버거우니 굶는다.
하루 한 끼 복지관 점심도 겨우 먹고 늘 남기게 된다.
그리 잘 먹어왔던 점심인데 말이다.
집에서 음식은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난주부터는 의관도 갈아입지 않는다.
입은 채로 귀가해버린다.
이 정도라면 은퇴 선언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잔여기간도 버겁다.
주변인들 하나 같이 내년에도 일하라고들 아우성이지만 내가 못하겠다는 판단이다.
건강나이로 살아갈 날이 겨우 오 년이나 남았을까를 자각하고 보니 더 그렇다.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프다.
이젠 돈 벌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거 하나면 간단하다.
나의 노동시간과 맞바꾸었던 급여에서 해방되자.
그리고 나의 여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다.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