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멜랑꼴리 가을

이제 일 그만하라는 신호

by 스토리

책 만들기 수업 7회 차가 도래하건만 발행할만한 글 한편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나만의 일기글도 쓸 수가 없다.

무엇이 나를 이다지도 무력하게 짓누르는 것일까.

번아웃인지 우울증 인지도 헷갈린다.

지지난달 첫 수업에서는 의욕이 있었다.

딱 그날까지만 이었다.

도대체 무얼 하자고 이주에 한번 참석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브런치 매거진의 글들로 대체하겠다는 심산일 뿐이다.

오래전부터 모아둔 글로 책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로망 한 자락은 있었지만 그 염원이 너무 바래버린 것이다.

책은 내서 뭐 한담으로 변해 버렸다.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 그 욕망조차도 죽어버렸다.

그리도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딱 끝나고 가을바람이 스치자 나의 무기력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나가질 않고 있다.

식욕이 전혀 없어졌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겨우 노구를 집에서 동사무소로 데려다 놓는 게 전부이다.

택시로 귀가 후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아침까지 이어진다.

저녁식사도 차리기도 먹기도 버거우니 굶는다.

하루 한 끼 복지관 점심도 겨우 먹고 늘 남기게 된다.

그리 잘 먹어왔던 점심인데 말이다.

집에서 음식은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난주부터는 의관도 갈아입지 않는다.

입은 채로 귀가해버린다.

이 정도라면 은퇴 선언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잔여기간도 버겁다.

주변인들 하나 같이 내년에도 일하라고들 아우성이지만 내가 못하겠다는 판단이다.

건강나이로 살아갈 날이 겨우 오 년이나 남았을까를 자각하고 보니 더 그렇다.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프다.

이젠 돈 벌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거 하나면 간단하다.

나의 노동시간과 맞바꾸었던 급여에서 해방되자.

그리고 나의 여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다.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졸지에 독방 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