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쓸모 2
독서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공부를 하거나 고차원적인 어떤 것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것 처럼 어릴 때부터 여러 이유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된 것이고 학부에서 전공 공부하면서 책을 분석하며 읽는 것을 배웠지만 그것으로 독서를 공부했다고는 할 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독서라는 것이 단순히 글자를 읽어내고 내용을 분석하는 수준이 아닌 것이죠. 독서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라고 합니다. 책을 읽는 행위의 목적이 정의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는 것. 독서의 목적이자 쓸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신을 수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교양을 넓힌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독서는 책을 쓴 작가와 글자를 읽어내는 독자와의 의사소통이 존재합니다. 소통이란 것은 주고 받는 내용이 있고, 내용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해하고 인지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질문과 생각하는 복합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스키마)와 새로운 생각이 만나 새로운 교양을 가지게 되고 넓히게 됩니다. 독서 자체는 단순할 수 있지만 독서로 인한 과정과 결과는 복잡하면서 통합적인 것이 됩니다.
이런 통합적인 독서는 리터러시 즉 읽고 쓰는 능력으로 이루어집니다. 읽는 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읽는 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입니다. 글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읽기이며 독서가 됩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쓸 수 있습니다. 인풋(input)이 있어야 아웃풋(output)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읽기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것들이 있어야 글을 쓸 거리가 생겨납니다.
아이들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점을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독서토론 수업을 하다보니 책을 어떻게 읽어왔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읽기가 잡히지 않으면 토론도 글쓰기도 의미가 없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1 개인 수업을 하게 됩니다. 개인 수업을 통해 아이들 읽기가 잡히니까 토론과 글쓰기는 좀 더 수월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결국 독서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독서의 중요한 쓸모임을 발견하고 연결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프렌차이즈 독서교육에서 있는 책들은 발췌된 일부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독서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한 권을 온전히 읽어내는 것이 온전한 독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발췌가 아닌 최대한 원전도서를 읽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속독과 정독 어느쪽이 맞는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정독이 우선이고, 정독이 몸에 뵈면 정독으로 속독이 가능해집니다. 제대로 독서의 쓸모를 제대로 쓰려면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정독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생각도 많이 할 수 있는 책인 경우가 많습니다. 책이 말을 걸어오고 질문을 던져주는 책들. 그런 책들이 독서를 더 쓸모있게 만듭니다. 어릴 때 부터 고전 책들을 많이 읽은 영향도 있겠지만 경험에서만이 아니더라도 행간의 깊이가 있고, 숨은 의미들이 있는 대부분 고전책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작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에서 오는 통찰도 충분히 있지만 저는 고전책들이 주는 통찰이 더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처럼 가볍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 오래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음식처럼 쉽게 주어지지 않는 통찰이지만 그만큼 의미있는 책들이 고전책들입니다. 그래서 고전책을 주로 읽고 다루게 되었습니다.
우선 아이들을 위한 독서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릅니다. 무작정 많이 읽는 것 보다 효율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만 제대로 읽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학업과 병행해서 지속가능한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아닌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낭비적인 독서가 아닌 쓸모있는 독서를 위한 고민을 시작한 것입니다. 우선 아이들의 발달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됩니다. 우선 7세부터 2학년까지는 우선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물 사건 배경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이야기와 선과 악이 분명한 책을 읽는 것이
구체적 조작기(피아제 인지발달 기준) 아이들에게 쓸모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에릭슨의 심리사회발달에 따르면 근면성을 획득할 때라고 합니다. 또한 콜버그의 도덕성발달을 기준으로 한다면 인습적 단계로 대인관계 조화를 지향하고 법과 질서를 지향할 때입니다. 이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세계명작과 우리 옛이야기들입니다. 이솝우화나 그림형제 이야기도 여기에 해당되지요.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때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극단적 이야기 속에서 선과 악을 알아가고 가치관을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3학년부터 비판적 사고가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위인전 같은 책들도 4학년까지 충분히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5,6학년이 되면 이제 역사 책들이나 세계고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초등에서 충분히 책을 읽어내면 중고등학교에서도 계속해서 책을 읽어낼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났네요. 다시 저의 독서가가 되는 과정으로 이어가보겠습니다. 독서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도 이전에 읽지 않았던 책들을 접하게 되고 또 읽었지만 읽었던게 아닌 책들을 다시 제대로 읽게 됩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들이 아마 이전에 읽었던 책들보다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빌려보지 않고 직접 구입해서 내 책으로 읽는 기쁨이 컸습니다. 마음껏 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하면서 내 책으로 영역표시(?)를 할 수 있는게 너무 신나고 좋았습니다.
읽는 책들이 고전책들이 많았는데 수업을 위해 자료들을 조사하다보면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난중일기는 말할 것도 없고 홍길동전, 유충렬전, 박씨부인전 등 한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안네의 일기, 레미제라블, 톰 아저씨의 오두막 등 세계사를 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습니다.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인데 그때는 역사와 연결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 조차 못했던 책들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 하게 됩니다. 역사논술교사로 역사를 책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이야기(story)로 배우게 됩니다. 가장 싫어하고 못하던 과목이 수학 다음으로 역사였는데 그때는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책들이 너무 잘 나와 있습니다. 능동적인 독서가가 되어있는 저에게 이런 역사 이야기 책들은 역사를 알게 해주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질문하며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녹여 역사논술교사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됩니다. 독서를 통해 역사 영역으로 확대라고 할까요?
독서가 능동적으로 바뀌고 전문화 되면서 그 대상이 되는 책 영역도 넓어지게 됩니다. 고전 읽기에서 역사 읽기로 확장되었고 다음으로는 그림책을 만나게 됩니다. 그림책을 만나게 된 것도 독서로 아이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나누고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쑥 나온 내면의 이야기를 잘 다뤄주고 싶은데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그러다가 아이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하거나 다치게 할까봐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도 공부를 해봐야겠다. 공부해서 아이들과 책 읽을 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SNS를 통해 알게된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엄마들 대상 강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엄마는 아니지만 제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고 찾아가게 됩니다. 주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을 만져주는 대화법’ 이런 내용이었던것 같습니다. 간단한 미술 활동을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모임 후 담당이셨던 원장님께 명함을 전달하며 책으로 아이들 만나는 학교밖 교사인데 오늘 모임 재밌었다고, 이렇게 책과 연계한 프로그램 관심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따로 한번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다시 찾아뵙게 되고 그 원장님이 ‘독서치료’라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곧 공교육 교사 대상 독서치료 프로그램 시연하는 것이 있는데 한번 맡아서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 전에 먼저 독서치료사 자격증을 따오라고 하시고말이죠. 우선 급하게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을 듣고 자격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하던 수업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고 또 이어서 시연촬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를 가르쳐 주시던 원장님도 연세대 국어국문과를 나오신 분으로 이후 정신과 공부를 하시고 독서치료를 배우셔서 함께 활용하시고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의사들도 공부하는 독서치료학회 자격증을 따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시 본격적으로 독서치료학회에서 하는 강의들을 듣고 실습하면서 시험을 치루고 자격증을 따게 됩니다. 이때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