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시작하면, 그 가게의 방향에 따라 자연스레 이 시장의 어느 포지션에 위치하게 됩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세상에 가게가 존재하는 한 생태적 좌표가 생기는 셈입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는 그것에 대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영하다 보면 다른 업체들의 활동들이나 이런저런 정보들을 접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업계에서 가지는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더불어, 업계에 뛰어들기 전까지 몰랐었던 새로운 방향과 세계도 알게 되죠. 그리고 이를 인지하는 순간, 사장님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마도 꽃집이라는 소매업의 세계에는 더 많은 방향과 사업 카테고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이 업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고, 일천하지만 제가 옆에서 지켜본 경험을 통해 잘 설명드릴 수 있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혹시나 업계 종사자 분이 보시기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업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꽃집은 아래 카테고리로 나눠지는데요, 이 안에서 사장님이 꾸려갈 가게의 주력방향과 성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1. 로드(Road)
로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꽃집입니다. 워크인 해서 들어오는 고객들의 주문을 바로 처리하는 형태인데요, 갑자기 꽃이 필요한 일이 있거나 즉흥적으로 꽃을 구매하고자 하는 니즈를 주로 충족시켜 주는 쪽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설정한 꽃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로드형 꽃집은 주변의 고객 유동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대로변이나 대단지 주변에 위치하며 그래서 '로드(Road)'라고 불립니다.
2. 오더 메이드(Order-made)
오더메이드형 꽃집은 예약 주문에 기반하여 운영하는 꽃집입니다. 로드형 꽃집도 예약을 받고 주문을 처리할 수는 있으나, 그 주문이 차지하는 비중과 개별 고객 상담을 통해 진행되는 제작 빈도에서 로드형 꽃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더메이드형 꽃집 또한 갑자기 꽃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주문 요청을 수행할 수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예약 주문 건들을 처리하고 남은 잔여 꽃들이 있을 때만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보통, 오더메이드형 꽃집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은 꽃집들이 택하는 운영방식이기도 합니다.
3. 기업 제휴
기업 제휴형 꽃집은 기업과 제휴하여 입사, 승진 꽃바구니를 비롯 여러 경조사 화환, 화분들을 제공하는 꽃집입니다. 보통, 규모가 큰 기업 근처에 위치하여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온 꽃집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기업 내 '인맥'을 통해 제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 제휴형 꽃집은 대규모 주문 건들 이 많아, 다수의 인력 배치와 업무 분업을 통한 생산형 위주의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매출 규모도 일반적인 형태의 꽃집보다 많이 큽니다. 다만, 로드형이나 오더메이드형 꽃집과 달리 진입장벽이 커,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4. 브랜드 제휴
브랜드 제휴형 꽃집은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콘셉트에 맞춰 각종 행사나 화보, 매장 인테리어 내 꽃 작업물 제작을 주로 수행하는 꽃집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브랜드답게, 기대하는 미적 요소나 디자인 퀄리티의 수준이 매우 높은데, 그러다 보니 업계의 탑티어에 위치한 소수의 꽃집들만이 브랜드 제휴형 꽃집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노출되는 활동영역이나 작업 스케일이 남다르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유형의 꽃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웨딩(Wedding)
웨딩이란 단어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주로 결혼과 관련된 꽃 작업물을 제작하는 꽃집입니다. 스튜디오 촬영이나 본식에 필요한 부케 제작부터 식장 내 플라워 디자인까지, 현재 결혼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내에서 필요한 꽃 관련 구성요소들을 제작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장식하는 목적이다 보니 고가의 특정 꽃들이나 수입 꽃들을 다루는 일들이 많고, 그만큼 부가가치가 큰 형태의 꽃집입니다. 우리나라의 웨딩 산업 특성상 웨딩 플래너가 고객과 서비스 공급 업체 사이를 중개하는 경우가 많아, 플래너와의 제휴를 통해 꽃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많이 운영합니다.
사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구분해 놓긴 했지만, 대부분의 꽃집들은 주문만 있다면 특정 유형의 일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행합니다. 다만, 사장님이 가진 장점과 취향, 사업적 목표 등을 고려하여 이 가게의 주된 영업방향을 설정하게 되고 그것들이 오랜 시간 브랜딩으로 이어지면, 자연스레 특정 유형의 꽃집으로써 업계와 대중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는 거죠.
아내의 꽃집이 어느 유형의 꽃집일까 생각해 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카테고리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오더메이드형 꽃집에 가장 가까운 것 같긴 하나, 가끔은 브랜드 제휴 관련 일도 하고 부케 작업도 심심치 않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요즘 아내도 고민이 많은 듯합니다. 과연, 지금 본인이 꾸려가는 이 가게의 모습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인지,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한 거죠.
어떻게 보면 아내가 이 자영업의 세계에 들어온 순간부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답이란 건 없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보며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을 품기도 하고, 오랜 기간 이 업계에서 생존해 온 분들의 모습을 통해 본인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한 가지 뚜렷해지는 건,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하면서 고단함과 수고스러움이 이제는 먼저 보이는 거겠죠. 그러한 과정들이 있음에도 내가 이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자신만의 근거를 찾는 일이 그녀에게도 필요한 때인 듯합니다.
사실 그녀가 꽃집을 시작할 당시 품었던 마음 또한 ‘정답은 없다’였는데요, 직장인이라는 길이 답이 아니라는 것, 나만의 길을 찾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게의 시작이었습니다. 출발점에서 발걸음을 떼자마자, 또 다른 정답이 있지는 않을까 헤매는 과정을 보며,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단계마다 자꾸 답지와 지도를 쥐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참고할만한 자료나 콘텐츠를 찾는 건 좋지만, 세상은 과정보다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보니, 대부분 우리가 접하는 것은 숫자와 이미지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이끌리고 호도되기 쉬운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만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 누군가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계란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젠가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에 내 씨앗을 심는다면 바위 안에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신우석 감독이 방송에 나와 창작자들을 위해 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연약하니,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세상에 부딪히다 보면 결국 깨지더라.'라는 말이었는데요, 비단 창작자들만을 위한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답을 찾아 헤매는 나의 아내, 자영업자분들 그리고 수많은 미생들이 세상에 본인만의 꽃을 피우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