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문

by 사부작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방송 거품이 빠진 뒤 업장이 살아남는 것은 결국 ‘재방문’에 달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요식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자영업에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의 올해 꽃집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반 정도가 재방문 고객이 만들어내는 매출이고 반 정도가 신규 고객 매출이었습니다. 수익 면에서 너무 힘들었던 첫 해를 살펴보면 당시의 재방문 고객 비중은 30%도 채 되지 않았는데요, 꽃이 매일 구매할 필요가 없는 재화이다 보니 고객이 다시 꽃을 구매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고, 고객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 부족한 부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은 고객의 재방문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아주 조금씩 기존 고객들의 재방문이 늘어나고, 이에 SNS 광고효과, 입소문을 통한 신규 고객들의 유입도 점차 늘어나니 그것들이 맞물리면서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거죠.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오픈 첫 해 23년 재방문 고객의 매출 비중은 30%, 신규 고객 매출 비중이 3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지인 매출이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점차 재방문 고객 매출 비중이 올라가 약 60% 정도에 다다렀으나 신규 고객 유입이 많지 않아, 매출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4년 어버이날 프로모션 이후로 신규 고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재방문 고객 매출과 신규 고객 매출이 같이 커지고 그 비중이 점차 균형을 맞춰가니, 이것이 의미 있는 매출 확대로 이어졌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꽃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고객 당 평균 구매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방문 고객들을 통해서만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기는 합니다만, 재방문 고객들은 업장을 지탱하는 기반으로써 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방문 고객을 늘려가는 것, 그것이 업장의 체력을 늘려가는 일이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재방문은 정량적인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사장님의 마음, 정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의 구매 경험 이후에 고객이 다시 구매한다는 것은, 가격이든 품질이든 친절한 태도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어떤 요소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그것만큼 사장님에게 응원이 되는 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구매 후 전하는 감사 인사, 칭찬 한 마디도 큰 힘이 되지만 재방문만큼이나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만들어내는 가치가 세상에 통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죠. 가게를 꾸려가다 보면 스스로를 의심하기 매우 쉬운데, 그런 점에서 재방문은 아무도 모르는 무명 가수에게 팬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의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가수는 팬이 늘어감에 따라 계속 동기부여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한층 더 성장하여 팬들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방문을 늘려야 할까요. 사실, 저도 잘은 모릅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재방문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아내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현장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고,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심스레 적어보는 제 생각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좋은 생각의 재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재방문은 누군가를 만족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그 말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요, 세상 사람은 모두 각기의 취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장님이 가진 고유의 취향과 경험을 바탕으로 추구하는 무유형의 결과물이, 그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소구 포인트를 만들어 다른 취향을 가진 분들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느끼는 걸 비슷하게 느끼는 취향의 결, 공통분모가 존재할 때 그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취향의 이들을 깊이 만족시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향이자 조금이라도 재방문을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수에게 그저 그런 가게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인데요, 팬들은 변덕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맘에 드는 스타(가게)가 나오면 눈길을 돌리기도 하는 거죠. 그러다 팬들의 이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집중해야 할 곳은 남아 있는 팬들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취향과 감각을 갈고닦아 그들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는 것이 장기 생존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사장님의 기호와 취향이 소수의 것이라, 공감할 수 있는 고객들의 수 자체, 즉 시장의 크기가 작진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선호하는 취향이라는 건 늘 변화합니다. 소수의 취향이라고 불렸던 애니메이션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르가 되었고, 부정적인 의미였던 ‘오타쿠’가 개성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취향이 언제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을지는 아무도 모르기는 합니다만, 그때가 있음을 믿고 지금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부단히 세상의 벽을 향해 돌을 던진다면, 그렇게 균열이 간 틈에 우연이 겹친다면, 어쩌면 세상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넓은 기회의 땅을 우리에게 보여줄지도 모릅니다.


재방문으로 이어지기에 앞서 신규 고객의 유입에도 부단히 애를 써야 합니다. 재방문의 첫 번째 조건은, 고객이 최초로 우리 가게를 방문하는 것입니다. 가게의 존재조차 모르는 고객들이 아직 너무 많고, 그 고객들 중에서는 분명 우리와 같은 취향을 지닌 이들이 숨어있을 겁니다. 그들에 가 닿으려는 노력 없이 재방문도, 가게의 영속성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은 마케팅이 필수인 듯합니다. 가게의 성격 및 아이템에 따라 마케팅 채널별 효율이나 마케팅 방법이 달라질 테니 무엇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SNS가 되었던 블로그가 되었던 마케팅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지속해 왔던 마케팅 방법을 습관적으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나 다른 산업군의 마케팅 전략을 모니터링하고 그것들을 나의 사업에 맞게 시도하는 것도 지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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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무언가를 이뤄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저희는 길을 잃고 헤매는 중입니다. 재방문하는 고객분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혹 새로운 고객들이 상품에 불만이 있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는 일상은 여전히 아내에게는 버거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꽃을 좋아하고 계속 찾아주는 고객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아내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역시 신기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게 안면이 생기고 만나면 안부를 물어보며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주는 경험은, 상품을 매개로 이어진 관계이지만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재방문은 가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이 시대에 아직도 먼 타인과의 유대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의 증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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