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꽃 소매업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꽃을 둘러싼 산업 전체 생태계에 대해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생태계는 최초 공급자인 꽃 재배 화훼 농가에서부터 최종 수요자인 고객까지 그 구성 주체들을 모두 포함한 의미이며, 생태계를 이해하는 것은 땅 위에 자라난 꽃을 고객이 꽃다발로 받기까지의 과정과 각 주체들의 존재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포용으로 이어져, 이 생태계가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꽃은 아래와 같은 유통과정을 거치며 가치가 더해지고 시장의 속성을 가지게 되면서,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와 생계수단으로써 기능하게 됩니다.
* 유통과정: 화훼농가 → 경매시장 → 도매시장 → 소매가게 → 소비자
(일반적인 유통과정을 말하는 것이며, 최근에는 농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발송하는 직거래 모델이나 온라인플랫폼에서 경매를 통해 사들인 꽃을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하는 방식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화훼농가는 전국에 걸쳐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그 지역과 기후에 부합하는 꽃들을 생산해 냅니다. 장미로 유명한 고양, 수국으로 유명한 강진을 비롯해서 농가마다 다른 종류의 꽃들을 공급하죠. 화훼농가에서 재배한 꽃들은 양재 화훼공판장과 같은 경매시장으로 이동하고, 도매시장 상인들이 경매를 통해 도매시장으로 꽃을 수급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고속터미널 꽃시장이나 양재 꽃시장이 대표적인 도매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은방울꽃처럼 국내에서 잘 재배되지 않는 꽃들은 어떻게 들여오는 걸까요. 보통 이런 경우, 국내의 꽃 수입 전문 대행사와 도매상점이 계약을 맺고 꽃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농장과 직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물류나 검역 리스크가 커 일부 상점에서만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요즘은 전 세계의 꽃이 모이는 네덜란드 FloraHolland 경매장에 대행 에이전트를 두고, 직접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여 수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도매시장에 모인 꽃은, 아내와 같은 소매가게 사장님들과 개인들에게 판매됩니다. 우리나라의 도매시장은 해외 도매시장과 다르게 개인들에게도 출입과 구매가 가능하도록 열려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소매 꽃집을 거치지 않고 꽃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생태계의 가장 끝단에 위치한 소비자들은 도/소매 시장을 통해 꽃을 제공받습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화훼농가의 꽃 재배가 흉작이면 꽃의 공급이 줄어들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도매상점, 소매 꽃집, 고객으로 이어집니다. 농가에서 공급하는 꽃의 양이 적으니 경매시장에서 낙찰되는 꽃 값이 올라가고, 도매시장에서 공급하는 꽃 가격이 높으니, 소매 꽃집에서 파는 꽃다발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어버이날, 졸업식 때 꽃이 비싼 이유도 꽃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위에서 말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미리 꽃을 많이 재배하면 안 되냐고 물으실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성수기가 아닌 다른 시기에 꽃 공급이 늘어나면서 꽃 가격이 떨어지게 되니, 꽃집이나 고객에게는 좋겠지만 화훼농가로서는 득 보다 실이 많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화훼농가의 상황이 어려워져 재배하는 농가 수가 줄어들게 되면, 결과적으로 꽃이 다시 비싸져 그 피해는 꽃집과 고객에게로 전가됩니다.
유통과정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도매시장에 출입하고 꽃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한데요, 최근 꽃 생태계에서는 이것이 큰 화두입니다. 유통단계가 축소되어 낮은 가격에 꽃을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로서는 그 편익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매 꽃집으로서는 판매 기회를 잃은 셈이니 꽃집에는 손실이 발생합니다. 꽃집을 제외하고는 모두의 편익이 높아지는 것 같지만, 생태계적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어려워진 꽃집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도매상점에서 꽃을 사는 수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꽃을 상품성 있게 디자인하여 전달하는 역할이 없어지므로 꽃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늘리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이는 곧 시장을 확대할 기회도 잃는 셈이니, 생태계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 백, 수 천만년의 시간 동안 생명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연의 생태계 내 모든 주체가 서로 생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자기 종의 생존과 번영만을 위해, 다른 종을 이 땅 위에서 몰아내거나 사라지게 한 사례는 안타깝게도 '인간'밖에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어느 한 축의 단기적인 이득이나 욕심 때문에 그 균형이 무너지면 다른 축이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에 큰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모든 주체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꽃을 둘러싼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과 현실로 직면하는 생계의 문제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나 시야를 잃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얻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은 아닌 지, 비록 잃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훗날 그것이 나에게 보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