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은 보기에는 매일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만지는 평화로운 직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많은 않습니다. 매주 3-4번씩 이른 아침 꽃시장에 가서 장보기 하는 것부터 판매 가능한 꽃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자질 구레한 일,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고객과의 상담 업무까지 보이지 않는 궂은 일들이 많습니다. 혹시 꽃집 창업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아래 내용들에 대해 읽어보시고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꽃집은 힘드니 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하고자 하는 일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쩌면 사업을 하는 내내 씨름할 요소들에 대해 한 번쯤은 깊게 고민해 보는 것이, 꽃집을 하던 하지 않던 그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꽃 시장이 반
꽃 시장을 가는 일은 꽃 일의 절반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잦고 중요한 일입니다. 꽃 시장에서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입하는 일들이 진행되는데, 사실 그것은 가게의 수익률을 결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들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꽃들이 필요하겠죠. 시장에 널려있는 꽃들이 다 아름다운 거 아니냐 물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꽃 하나하나를 조합해서 더 큰 아름다움으로 극대화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해 색감, 화형, 꽃 상태 등이 적합한 꽃들을 선별해야 하는데, 축구장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꽃시장에 가득 찬 꽃들을 살펴보는데만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꽃 시장에는 그날 어떤 꽃이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생각해 둔 꽃들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대체할 수 있는 꽃을 빠르게 찾아야 합니다. 찾았다 하더라도, 그 꽃의 도매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에는 판매가에 맞출 수 없으므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매주 수 번 이런 과정을 거쳐 꽃들을 사입하는 건 많은 시간과 심력을 소모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꽃시장에서 꽃집의 이익률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소매시장에서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꽃 상품의 가격대는 평균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범위가 있습니다.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이 정도 사이즈의 꽃은 이 정도의 가격범위에 있다고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는 한계선이 있는 거죠. 무작정 이쁘다고 도매가와 판매가에 대한 생각 없이 꽃을 사다 보면, 월말에 비용과 매출을 정산해 보니 남는 게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동의 소요, 예측하기 어려운 꽃 시장 상황과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재무적 판단 등을 감안했을 때, 꽃 시장에 가는 일은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2. 내 마음 같지 않은 고객
접객이 필요한 모든 업이 다 그렇겠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고객이 꽃집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일도 많이 없습니다만, 한 분 한 분 상담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꽃집에서의 가장 큰 고충입니다. 고객이 어떤 색감을 원하는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소통해야 하는데, 사실 ‘느낌’이라는 것은 너무도 주관적이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까지 협의가 필요합니다. 색감이라는 것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진한 핑크가 누군가에게는 보라일 수도 있는 거죠.
고객이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더 소통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레퍼런스로 공유한 사진 내 꽃들이 해당 시기에 꽃 시장에 판매할지도 모를뿐더러, 고객이 말하는 레퍼런스의 느낌과 무드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레퍼런스 상의 꽃다발이 표현하는 메인 포인트가, 초록 소재의 라인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한 핑크톤의 라넌큘러스 꽃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고객에게 명확히 인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고객이 결과물에 대해 컴플레인할 때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아내가 상담을 통해 충분히 고객과 합의되었다 생각하고 꽃다발을 만들었으나, 고객은 본인이 요구한 디자인대로 꽃다발이 나오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객 분이 네이버 플레이스 상에 안 좋은 리뷰도 남기는 바람에, 며칠을 낙심하던 아내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3. 체력은 꽃력!
위의 내용들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꽃 일은 물리적인 노동과 정신적 노동이 모두 요구되는 일입니다. 매일 몇 시간씩 걸어 다니는 건 기본이고 가게에서도 계속 서서 일해야 하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고객과의 상담 때문에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를 감당케 하는 건 무엇보다 체력입니다. 꽃에 대한 재미,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열정 모두 고된 노동을 버티게 하는 힘이지만, 체력이 없으면 그것들은 지속되지 못합니다.
비주기적이긴 하지만, 밤을 새워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버이날이나 브랜드 행사 같은 이벤트에는, 하루 이틀 안에 대량의 꽃들을 사입하고 모든 상품 제작과 세팅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꽃은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1-2주 전 미리 꽃을 사입하여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이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고객이 상품을 픽업하거나 행사가 진행되는 주요 활동 시간대 이전인 밤늦은 시간, 밤을 꼬박 새 가며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외부 작업의 경우, 행사가 마무리되면 활용되었던 기물들과 꽃들을 정리하는 것도 플로리스트의 몫입니다. 그럼 또다시 늦은 밤 철수 작업들을 진행해야 하는 데, 계산해 보면 거의 하루 24시간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일하는 셈입니다. 이런 작업들을 오랫동안 하신 플로리스트 분들이 건강 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는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타이트한 자기 관리와 운동은 필수입니다.
외부인의 눈으로 꽃집을 봤을 때, 꽃집에서 하는 일들은 고상하고 평화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꽃집 역시도 다른 직업들처럼 물 밑에서 쉼 없이 자맥질해야 하는 현실이 존재함을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드러나는 꽃들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치열한 분투가 있다는 것을 한 번쯤 고민해 보시고, 그럼에도 꽃을 보고 만지는 게 행복하고 그런 꽃들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으시다면, 용기 내어 한 발 내디뎌보세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멀리서나마 당신의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