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꽃집을 오픈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러 다닌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보통 과거를 떠올릴 때 힘든 시간은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처럼 미화하고는 하는데,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런지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아내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요. 우리가 얻은 것들은 아마도, 가게의 성장과 관련된 것들이지 않나 싶습니다. 3년 간 꽃집을 방문한 고객 수는 총 760명입니다. 재방문한 고객 수를 제외한 숫자이니 그래도 한 해 평균 250명의 새로운 고객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가장 자주 찾아주신 고객 분은 23번이나 방문해 주셨네요. 이제는 얼굴을 알고 안부를 건네는 사이가 된 고객분들도 꽤 생긴 것 같습니다. 영업을 시작한 23년 기준 3개년 누적 매출 성장률은 약 150%,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60%였습니다. 절대적인 매출 사이즈는 적을지 몰라도 한 해 한 해 꾸준히 성장하였습니다. SNS 게시물은 670개로 월평균 19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하였습니다. 귀여운 숫자지만 팔로워 숫자도 9,000명 정도가 되었죠. 요즘은 팔로워를 돈으로 살 수 있다는데, 편법을 쓰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하고 얻은 결과이므로 꾸준하고 견조한 성적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웨딩 관련 잡지에 아내의 부케(bouquet)와 가게 정보가 실리기도 했는데, 자기 칭찬에 인색한 아내가 ‘그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아무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면, 부부가 함께 평범하게 보내는 주말은 잃어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에 가벼운 늦잠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는 아침을 먹은 후 가볍게 산책하는 그런 시간들 말입니다. 아내의 팔목 건강도 잃어버린 것들 중 하나입니다. 꽃시장에서 많은 양의 꽃들을 들고 나르는 동안에도, 한 손으로 여러 꽃들을 움켜쥐고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내의 팔목은 무리하게 쓰이고는 합니다. 지금은 조금 불편한 정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건강을 잃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질 때도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신뢰나 애정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고객분들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으신데요, 꾸준히 경험하게 되는 일부 고객분들의 무례함과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대다수고객분들의 선의를 덮어버리고 '인류애'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꽃에 대해 느꼈던 순수한 재미도 이제는 희미해져 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글에도 적었던 것처럼 그녀가 꽃집을 시작한 계기는, 생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좀 더 본인다울 수 있고 재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힘들었던 개업 초반을 지나 점차 타인과 사회로부터 인정도 받고 재미를 느끼던 시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꽃에 대해 느꼈던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애정하던 대상이 '일'이 되는 순간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텐데요, 그녀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거겠죠.
아내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사업 방향이 맞을까, 이렇게 계속 운영을 해도 괜찮은 걸까, 성취감과 재미는 점점 줄어들고 성장 추세는 조금씩 약해지니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듯합니다. 웨딩 전문 플라워 샵이나 다른 사업방향으로 변경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엄두가 안 난다고 하네요. 새롭게 레퍼런스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할 어려움이나, 쌓아온 것들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고민은 끝이 없고 그럴수록 망설임은 커져만 갑니다. 앞으로의 시간 동안 아내의 동력이 되어줄 무언가가 새로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이 재미이던, 돈이던, 단순한 호기심이건 상관없습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을 발판 삼아 또 얼마간의 시간 동안은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내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잘 버텨주었습니다. 말이 3년이지,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부터, 매일매일의 불안함을 이겨내고 조금씩 본인만의 가치를 쌓아가는 일은 무척이나 고됐을 겁니다. 정말 잘해주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첫 어버이날 대목 시즌에 울면서 장을 본 일부터 작년도 최대매출을 달성하고 자축의 의미로 초밥을 먹으러 간 일까지, 꽃집 때문에 울고 웃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든 괜찮을 겁니다. 늘 그렇듯, 힘들 때 서로를 연민하고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