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머무는 공간, 그 기록의 조각
누군가에게 공포물은 그저 자극적인 유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공포라는 외피를 빌려 인간의 가장 깊숙한 심연을 건드린다. 나에게 넷플릭스의 <힐 하우스의 유령>이 그러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마주하지 못한 슬픔이 어떻게 한 가족의 삶을 무너뜨리고, 또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유령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처절한 기록이다.
작품 속 힐 하우스는 거대한 트라우마의 집합체다. 다섯 남매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과거의 그림자에서 도망친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분노하며, 누군가는 약물에 의존한다. 그들이 마주하는 유령은 어쩌면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치유되지 못한 채 마음속 방 한구석에 갇혀버린 어린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과연 과거로부터 온전하게 독립할 수 있는가. <힐 하우스의 유령>은 말한다. 상실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가장 어두운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나만의 유령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애도는 시작된다.
사부작 아틀리에에서 이 글을 정리하며, 나의 서재 한편에도 내가 외면해온 '유령' 같은 문장들이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공포가 끝난 자리에는 지독한 슬픔이 남았고, 그 슬픔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가족이라는 이름의 서글픈 연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