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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um Byun Jan 22. 2024

너와 함께 했던 시간

너무 행복했다.

안녕? 칠성아.

처음으로 너한테 편지를 써보는 것 같네. 너랑 처음 만난 게 2008년 7월 20일 이더라. 사실 블로그에 적어놓은 글을 보고 알았어.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미안해. 용서해 줄 거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칠성이 엄마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전부 있었지 아마. 근데 다들 숨어서 인사도 못했지 뭐야. 그리고 너는 그 어릴 때부터 물을 손으로 찍어 먹고 있었지. 그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야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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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지. 나도 처음 함께 지내는 너였고 너도 그랬을 거야 그래서 우리 둘은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행복했었던 것 같아. 물론 내가 나이가 많다고 너를 혼내고 다그치고 괴롭히고 했던 건 사과할게. 너무 미안해. 왜 그런 기억만 나는지 모르겠는데 혼냈던 기억들이 대부분인 거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 그래도 함께 지내면서 나는 즐거웠던 기억들도 있어. 물론 너는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행복했었고 고마웠었고 즐거웠어.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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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왔을 때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나를 반겨주고. 내가 잠들었을 때 내 배 위에서 꾹꾹이도 해주고, 그리고 집에 누가 오던 반갑게 인사해 주던 네가 너무 고마웠어. 그런 말을 하지 못했던 게 후회되네. 너무 고맙고 미안해 칠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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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무 착해서 하악질도 하지 않았고 혼나고 괴롭힘을 당했어도 바로 다시 다가와서 나한테 괜찮다고 해주는 고양이였잖아. 난 그걸 왜 이제야 너무너무 생각나고 기억이 나는 걸까. 왜 옆에 있었을 때는 고맙다고 말해주지 못하고 더 많이 안아주지 못했을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칠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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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같이 지낸 시간이 16년인데 나는 그 시간에 일하느라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주지 못했었던 것 같아. 아침에 나가서 항상 밤에 들어오고 주말에는 어딘가에 또 나가 있고 말이야. 넌 항상 집에서 혼자 있었을 텐데 나한테는 투정도 하지 않았고 그저 내가 들어오면 항상 반겨주었는데 난 왜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너무 고마운 일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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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닐 때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 칠성이는 너무 착해서 아픈 티도 잘 안 내고 잘 참고 약도 잘 먹는다고 그리고 투정도 안 부린다고. 너무 착하다고. 그런데 나는 그냥 그게 당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아. 정말 소중하고 또 소중한 친구인데 난 그걸 잘 모르고 살았었던 것 같아.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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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는 병원에서 검사하고 주사 맞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네가 너무 약해졌데. 몸이 너무 안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줬어. 그래서 나는 집에서 기다리면서 이렇게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고 있어. 그런데 눈물이 멈추질 않네. 너 알잖아 나 원래 안 우는 거 그런데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 칠성아.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서로의 추억을 만들자. 그랬으면 좋겠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안식년을 너와 온전하게 함께 지냈다는 거야. 네가 몸이 안 좋아지는 시기여서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옆에서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좋겠다. 난 그래도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좋았거든 앞으로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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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내가 널 돌봐준 게 아니라 네가 날 돌봐준 거 같아. 내 옆에서 항상 저녁에 내가 들어오면 밖에서 힘들었나 내가 위로해 줘야지 하면서 16년 동안 늘 내 옆에서 위로해 주고, 격려 해주고, 사랑해 줬었던 것 같아. 난 지금까지 내가 널 돌봐주고 먹여주고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 같아. 네가 날 위해서 해준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2008년 7월 그리고 지금 2024년 늘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고 행복했어. 사랑해. 칠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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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행복했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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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이는 2024년 1월 21일 오전 7:58에 내 품속에서 하늘나라로 갔다. 새벽 6시에 나를 깨우더니 이제 곧 갈꺼라는 말을 하듯이 나를 바라보면서 울었고 계속 나를 봐주었다. 자기 이제 갈꺼라고 인사해주면서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느낌이였다. 떠나면서까지 나를 챙겨주는 것 같은 느낌에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2시간동안 나는 이야기를 했고 칠성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너무 고맙다고 너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만나자 칠성아.


2008년 7월 - 2024년 1월 우리가 함께한 시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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