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글 써볼래?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무료했던 6월의 어느 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친구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만나서 주로 놀고 싶다고 말하고 - 놀고 있는 와중에도 - 원 없이 놀고 싶다고 말하는 사이) 뭔가 재밌는 걸 하고 싶었는데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시차 때문에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가장 손쉽고 재밌는, 그리고 같이 해야만 끝가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속 가능한 놀이는 '같이 쓰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한 달 동안 매일, 하나의 주제어를 가지고 짧은 글을 쓰기로 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제어를 정해 미리 알려주면 그 주제어와 관련된 글을 각자의 sns 계정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너무 길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길이는 열 문장 내외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내용에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 그래야 끝까지 할 수 있을 테니까.
암튼, 이건 진짜 그냥 좋아서(심심해서) 하는 글쓰기였고 (생각해보니 무료함을 혼자 극복하지 못해 바쁜 친구를 끌어들인 거 같기도 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친구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흐지부지 된다 해도 나무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30일. 놀랍게도 우리 둘 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물론 진짜 쓸 게 없어 급히 이행시/삼행시로 갈음하는 날도 있었지만.. 30일 동안 쓴 글, 그러니까 둘이 합쳐 60개의 글이 모이니 굉장히 뿌듯했다. 신나는 마음에 우리 이거 매년 하자, 책으로 엮자, 역시 우린 짱이야! 이런 류의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역시 우린 짱" 이외에 아무 말도 지키지 못한 채 3년이 흘렀다. (ㅎㅎ)
이제는 슬슬 엮을 때가 된 거 같아 글쓰기 챌린지를 하자고 문자를 보냈던 날처럼 뜬금없이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너랑 같이 썼던 거 브런치에 올려도 돼?"
and she said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