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noNo Apr 04. 2021

시작의 시작


한국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무렵 큰 고민 없이 미국 여러 대학의 박사 과정 입학 지원원서를 냈다. 졸업 직후 별 준비 없이 호기롭게 미국의 좋은 대학교 대학원 몇 군데를 골라 원서를 냈지만 보기 좋게 다 떨어졌다. 100%의 실패율. 처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지만 당시에는 나름의 충격으로 힘들었다. 준비가 없으면 용감해지고, 준비 없는 용자는 입시에서 필락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아무튼, 그후 일 년 간 칼을 갈며 성실하게 준비해 원하는 대학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는 동물이 아니었고 내가 바로 그 동물! 실상은 느슨한 반 년을 보내다 뒤늦게 각성, 발을 동동 구르며 가까스로 학교별 데드라인에 맞추어 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아 맞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가까스로 열 군데 대학원에 원서를 제출했고 두 군데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사실 그 사이에 극적인 스토리가 있지만 여기서는 서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그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궁금해서 잠 못 잘 것 같은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주시면 친절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내가 쓰게 될 글은 나와 같은 사람들, 즉 지극히 평범하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가능하면 내일로 미루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유학길에 오르지만 포기를 먼저 배워 퍽하면 '나 관둘래'(자매품: '나 집(한국)에 갈래')를 남발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평범한 누군가에게서 유학 생활에 관한 정신적인 지지와 약간의 선행 정보를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여기에 해당 사항 없는 분들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해요.


평범한 프로포기러, 깨지기 쉬운 멘탈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유학을 준비하기 전에 꼭 자문해야할 것이 있다. 나는 왜 유학을 떠나야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한 채, 아니 그 질문을 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미국행 비행기에 (스스로) 실어졌고 그 결과, 뒤늦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나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