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noNo Apr 04. 2021

기초 작업

외국 생활 경험이 없었던  아니지만 이렇게 혼자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   처음이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8 중순이 되기 전에 해야할 일들만 해도 수두룩 했다. 가장 먼저 Social Security Number 없이도 가능한 은행 계좌를 여는 것에서 시작하여   딜러샵 찾기, 차를 사려면  보험이 있어야하므로  보험 가입하기, 학교 payroll department 관련서류 제출하기, SSN발급 받기, 학생증 만들기 등등. 정말 학기 시작도 하기 전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럴  내가 여기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복기하면 도움이 된다. 그래 아직은  되지.


집은 다행히 오기 전에 온라인으로 가계약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와서 살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사가야지 했는데, 처음 3년을 만족스럽게 살았다. 하지만 엘레베이터 없는 3층 건물의 3층이었기 때문에 침대를 제외한 대형 가구는 거의 사지 않았다. 그래도 불편 없이 살았던 걸 보면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가구 외에도 기본적으로 먹을 식량을 채워 넣는 것이 급선무였다. 차를 사기 전이라 가장 가까운 거리에 타겟과 홀푸즈를 이용했다. 타겟에서는 공산품을 홀푸즈에서는 식료품을 샀다.


버스가 잘 되어있는 편이었지만 버스비가 비싸고 아직 학생증을 만들기 전이었기 때문에 1인 왕복만해도 5불, 정착을 위해 동행한 엄마와 합치면 왕복 10불이나 했다. 빨리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상당히 저렴하고 환승 할인까지 되는 합리성까지 갖춘 우수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은 버스비가 아까워 운동삼아 바퀴 달린 이민 가방을 가져가 짐을 끌고 오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사는 동네가 그리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역시 모르면 용감하다.


여기저기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Social Security Number 만들기 위해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찾았다. 여기서 처음 동네의 분위기를 감지했다. 지금이야 많이 적응이 되었지만 사실 내가 사는 동네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학교 학생들이나 병원 직원이었기에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는 한정되어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90프로가 흑인이었고 엄마와 나만 아시아인이었다. 살면서 계속 느끼지만 흑인들이 오히려 따뜻하고 친절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흑인이 그런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  중간 어떤 색이든 그것만 가지고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것이라고 쉽사리 판단을 내릴  없고 그래선  된다.


결론적으로 필요 서류 한 두 개씩 없어서 두 번을 더 왔다갔다하여 세 번째 시도에 겨우 SSN을 발급 받았다. 이럴거면 한꺼번에 알려주지.. 5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였다면 동사무소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손쉽게 해결했을 일을 가까스로 해낸 셈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앞선 것 같다가도 민낯을 드러내면 실상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아 피곤했던 경험이 많다. 그런 이야기들은 차차 풀어보기로.


퀘스트가 너무 많아 아무리 지워도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일단 내 버스 비용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학생증을 만들었다. 학생증이 있으면 교통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이미 상당한 버스비를 지불한 뒤에 알게 된 사실. 강조 또 강조, 정보가 힘이다! 두 명 이상이라면 버스보다 우버나 리프트가 더 저렴하고 편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외쳐보자. 정보가 힘이다!


엄마가 머무르시는 동안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 어서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려는 차종은 미리 정해두었는데 정신차리고 네고를 잘해야한다고 들었기에 가까운 딜러샵에서 만족하지 못한 딜을 제시 받고나거 더 먼 거리에 있는 딜러샵을 찾아갔다. 하지만 엄청난 금액의 차이가 아니라면 정신 건강을 위해 가까운 곳에서 적당 가격에 계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으로 구입하기 위해 만만찮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정신적인 피폐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다른 얘기지만.


이해할 순 없지만 차를 사기 위해선 차 보험이 있어야 하는 약간 이상한 순환구조가 있어서(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가장 눈에 띄는 보험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장농 면허였지만 나름 면허 딴 지 10년이 되었고 수고스럽게 무사고 증명서까지 떼어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운전 면허를 따기 전 자동차 보험료는 약간의 프로모션이 있는 첫 달 빼곤 매우 심각하게 비싸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차를 좀 늦게 사더라도 운전 면허를 먼저 따기를 추천한다. 미국 혹은 캐나다 내 운전 경력이 길어질수록 보험비가 싸지므로 하루라도 빨리 면허를 따는 게 유리하다. 운전 면허 따는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그리고 슬퍼)서 다음 기회에.


아직 갈 길이 먼데 이러다간 생활의 기초 작업만 다지다가 끝날 거 같으니 이 시기의 이야기들은 중간중간 회상 씬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처음 몇 주였지만 이 첫 산을 넘으면  다른 것들은 의외로 수월해진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시작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