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도 먼 강박 잠금해제의 길이여
어이없게도, 아주 당황스럽게도 강박 때문에 글을 못 쓰고 있다. 심지어 매거진 이름을 ‘강박 잠금해제’라고 지어 놓고 강박은 여전히 잠금 상태인 것이다. 아주 꽉 잠겨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잠금을 마침내 해제하기 위해 급하게 써 내려가보는 ‘어찌어찌’ 글이 바로 이 글이 되시겠다.
매거진 해시태그에 다이어트 강박, 운동 강박, 뱃살 강박, 이렇게 세 가지를 적어놨지만 실은 나는 여러 강박들에 매인 채로 살고 있다.
첫 번째 강박은 앞서 말했듯 잘 쓴 글, 완결된 글만 브런치에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대표적이다. (잘 쓴, 완결된 글의 기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요즘 개인적으로 핫이슈인 두 번째 강박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 (최근 심리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설을 들었는데 놀랍게도 매우 의존적인 성향으로 나왔다. 나 자신에게는 현재 주체적으로 성취하는 일상이 아주 그냥 심하게 부족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건 안 비밀이다. 이 내용은 나중에 하나의 글로써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인은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으로 하니까 하나 더 말해보자면, 먹는 행위에 대한 강박이다. 올해 들어 이 강박이 내게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드디어 인정하게 됐다.
음식을 언제 먹을지, 언제 먹지 않을지, 해당 시간대에는 무슨 음식을 얼마나 먹을지 철저히 정해놨었다. ‘저속 노화’ 의사 선생님 같은 분들이 유튜브에서 “이 음식 먹지 마세요”하면 쿨한 척하며 ‘적당히만 먹지 뭐’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내 행동은 ‘절대 먹지 않는다’로 이어지곤 했다. 반대로 “이 음식은 먹어야 합니다”라고 하면 바로 쿠팡에서 해당 음식을 가장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손 빠르게’ 검색했다. 가성비 있는 걸로 주문하고서는 남편에게도 먹으라고 했다. 내게 먹는 행위란 돌아보니 철저히 계산된 결과물이었던 것.
얼마 전부터 탈다이어트, 탈식단을 목표로 한 강의를 듣고 있다. 퇴근길 버스에서 먹방, 패션 유튜브 대신 이 강의를 본다. 모순적이게도 다이어트, 뱃살 강박의 결과 중 하나인 ‘운동’ 유튜버 언니가 만든 강의다.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며 강박을 서서히 해체해가고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 때나, 죄책감 없이 먹으려고 한다. 물론 ‘비교적’이다. 자연스럽게 소식좌의 길을 가는 중이다.
‘나는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문장만은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문단에 들어섰으니 고백하자면, 지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곳은 회사 사무실이다. (허허)
아침에 기사 아이템을 발제했고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각종 근거 자료들을 찾아보는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노트북에 붙어버린 눈은 이미 빠질 것 같고 집중력은 3시간 전쯤부터 바닥이 났다. 앞 문장을 끝내자마자, 순간 내 뒤로 선배가 걸어갔다. 엇, 딴짓 (그러니까 바로 이거 브런치 쓰기) 한 거 들킨 걸까. 들키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퇴근 시간이 20분 앞으로 다가왔으므로 서둘러 글을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순식간에 쓴 것 치고는 솔직하면서도 재밌는 글로 여러분께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낙서 아니고 글이라고 주장해 본다. 낙서와 글은 무슨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그럼 투 비 컨티뉴드...... 늦지 않게 찾아올 작정이다. 기다려 주세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