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홀딩 엔딩

부제 : 무릎 걱정 2

by 사샤

결국, K 선생님께 DM을 보내고 만 것이다. 동네 요가원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K 원장 선생님께 전송한 오늘 자 메시지는 기어코, “한 달 홀딩해 주시면 깨끗이 나아서 컴백하겠습니다요 ㅠ.” 전 편 6화 ‘무릎 걱정’에서 토로한 극도의 무릎 걱정은, 크리스마스를 기해 시작된 요가원 방학으로 거진 2주를 쉬었지만, 안타깝게도 종식되지 않았다. 이 기간에조차 헬스장에 5번을 달려가 (심지어 여행지에서도 갔다. 숙소 헬스장. 대단.) 트레드밀 위에서 경사면을 걷고 천국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 게 화근이었을까. 제대로 못 쉰 탓인 걸까. 이 때문인지 아무튼 무릎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각은 여전하다.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KakaoTalk_20260106_190331499.jpg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 내려


요가원 방학이 끝나고 올해 첫 수업이었던 지난 월요일 저녁 하타 요가. K 선생님은 수련실에 들어온 나를 보자마자 울상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 이 단어를 연신 외쳤다. 다가와서 하시는 말씀은, 한 달 홀딩해 줄 테니까 푹 쉬고 와요. 3개월 동안 매일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무제한권을 끊은 내게 (무제한이라니. 과거의 나 대단하다 대단해.) 홀딩이 가능한 기간은 최대 2주뿐이다. 그런데도 통증이라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해시어 한 달이나 등록권을 홀딩해 주시겠다는 선생님의 제안. 이는 그만큼 쉬는 게 급선무라는 K 선생님의 무거운 조언(어쩌면 경고)이기도 한 것이었다. 요가 계속하고 싶으면 좋은 말로 할 때 쉬어라, 정도? 물론 절대 이렇게 말씀 안 하셨다.


어찌 보면 매일 요가를 하겠다는 결의의 무제한권을 결제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무릎을 포함해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통증은 발생할 일이었을지도. 주 5일, 때로는 6일에 달하는 요가를 소화할 정도의 근력이, 총체적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는데 ‘요가하고 싶다’는 의욕만 앞섰었으니까. 건강하게 만들어줬지만 한편으로 몸의 일부를 해치고 있었던 요가의 실체(?)를 모르고 하루가 멀다 하고 요가에 매달렸으니까. (요가는 죄가 없다.) 이런 냉정한 현실을 깨닫지 못한 채 요가를 비롯한 운동 일체를 완전히 놓지를 못했었으니까. (헬스장은 죄가 없다.)


마침내 요가를 멈춰야겠다고 다짐한 결정적 계기는 두려움이었다. 요가가 무서워졌다. 특히 쪼그려 앉는 등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는 아사나(요가 동작)를 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플까 봐. 당장은 안 아파도 수련이 끝나고 새로운 통증이, 더 깊어진 통증이 발발할까 봐. 그저 아사나의 완성에만 집중하며 몸을 자유로이 쓰던 나는 현재 매트 위에 없다. 통증을 두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포는 끊임없이 수련에 집중하기를 방해하고 있다. 그 자체로 괴롭다. 통증보다도 괴롭다. 오히려 통증은 있다가도 없고, 약하게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수준에서 악화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다만 이 통증이 행여 더 나빠질까 봐, 수련하는 중에 갑자기 찾아올까 봐 걱정돼 요가를 주저하게 되니 이게 훨씬 미칠 노릇인 것. (감정이 격해지는 포인트.)


실제로 월요일 수련 시간 중간에 무릎이 두어 번 욱신거림을 느꼈다. 무릎을 과도하게 쓰는 아사나가 지나간 뒤였다. 아, 요가하면 안 되는구나. 그제야 강력한 직감이 들었다. 직감이 들자마자 수련 전에 한 달 홀딩을 제안해 주신 K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다.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에요. 무사히 수련이 끝나고 서서히 통증이 사라지는 무릎에도 이어 감사를 표했다. 이제 너 고생시키지 않을게. 진짜로. 오랜만에 요가를 한 덕분인지, 개운하게 풀려버린 몸은 어서 침대에 누워 잠들고 싶다고 아우성을 쳤다. 5시간쯤 단잠을 맛보고 새벽에 잠깐 깼는데, 눈을 감은 채 머릿속으로 무릎에 무리 주지 않는 요가 아사나들을 떠올려 시퀀스를 짜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오메 징한 거.


독자 님들 눈치 보며 고백하자면…. 실은 글을 쓰는 화요일 오전에도 수리야 나마스카라(일명 ‘태양 경배’ 자세. 요가에서 하는 일종의 몸 풀기 시퀀스.) 변형 시퀀스를 소화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 무릎을 사용하지 않게끔 수리야 나마스카라의 아사나들을 변형해서 시퀀스를 짜줄 수 있어? 네, 사샤 님. 훌륭하게 변형 시퀀스를 짜 준 제미나이였다. 짝짝짝. 베란다를 통해 따뜻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이 변형 시퀀스를 10번 반복했다. 절에서 108배하듯이 새해 첫날 각지 요가원에서는 수리야 나마스카라 108번 수련을 했더랬지. (물론 나는 안 했다.) 그런데 뭐, 10번이야 껌이지. 그런데 땀이 꽤 났다. 몸에 열이 난 김에 기세를 몰아 유튜브 ‘비타민 신지니’ 언니와 함께 복근 운동 11분 루틴도 해냈다. 복근, 코어 운동이야말로 무릎을 거의 쓰지 않으니까. 잠시 잊고 있던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다시 제미나이를 소환했다. 나 무릎 안 좋은데… 아예 한 달은 운동 쉴까? 아니에요, 사샤 님. 무릎 통증으로 못 걷는 정도가 아니면 무릎 강화 운동을 저강도로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제미나이. 히히. 제미나이, 너 좀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재차 마음을 다잡는다. 절대 절대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나 참, 내가 이렇게 강박이 심한지 몰랐던 거다. 운동 강박, 요가 강박, 뱃살 강박 등등…. 취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운동을 거의 쉬어본 적 없는 몸이다. 기본 운동량이 몸에 세팅돼 있는데, 그 절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운동량이 줄어들게 됐다.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상황. 사실 겨울맞이 기념으로다가 이미 1~2킬로그램 증량돼 있어 굉장히 충격받은 상황. 그러나 지금 이 상황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 차리자 박사샤. 만약 네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면 무릎에 가해지는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량이 필요한 거야. (그러니 살 빼라.) 그래서 결론은요. 저 이번 달에 요가, 쉽니다. 브런치 북 <요가하는 사샤> 연재 이래 최대 난관을 맞닥뜨리고 만 것입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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