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걱정

내년 1월 9일에 만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y 사샤

저번 글(5화)에서 슬쩍 공개하긴 했지만, 요 근래 무릎이 안 좋다. 정형외과 가서 약 처방받고 충격파 치료한 정도라고 말하면 되려나. 여기에 요가할 때 착용할 무릎 보호대까지 샀다면? 사샤 이 양반, 무릎 때문에 꽤나 고민이 많겠구먼. 이 같은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리는 듯하다.


아플 줄은 알았지만 예상을 뛰 넘은 고통에 몸부림쳤던 충격파 치료 한 번에(두 번은 못 받는다. 너무 아프다.) 3일간 근이완제와 진통 소염제를 복용하고, 무릎 보호대도 차 봤지만 무릎이 건강했던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모양인 건지. 통증 강도가 덜 해졌지만 약하게나마 여전히 분명 존재하고, 요가할 때도 무릎이 영 신경 쓰여 요가를 하는 동안에도 풀 집중을 못 하고 있다. (그저 무릎에 풀 집중할 뿐이다.) 요 근래 시무룩하게 요가원 밖을 나서는 이유다. (실은 진심으로 시무룩하다. 속상 그 자체다. 이 문장들과 엇비슷한 것들로 글 한 편은 쓰겠는 지경이다.)


지난주 목요일에 아쉬탕가 요가를 마치고 K 선생님이 “우리 몸이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5화 참고.)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길을 찾을까? 무릎 대신 다른 근육들이 더 힘을 쓸 수 있을까? 그래서 무릎은 언제쯤 나아질까? 아직 낫지 않았는데 괜히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는 아사나를 시도했다가 탈이 나면 어쩌지? 걱정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K 선생님이 시킨 무릎 외회전 운동도 집에서 TV 보며 종종 실천하지만 불안과 걱정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다. 다만 더 잠재울 수 없는 것은 요가다. 사실 쉬는 게 답이라고, 의사 선생님이고 요가 선생님이고 각 분야 선생님들이 입 모아 말씀하시는데 요가하는 사샤를 잠재울 방법은 당최 찾아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우리 몸과 길’ 썰을 K 선생님께 듣고 다음 날 빈야사 요가를 할 때, 나는 K 선생님 말씀과 내 무릎을 꽉 잡고 있는 보호대를 믿고 비교적 마음껏 빈야사를 해 보였다. 정신없이, 숨 가쁘게, 땀을 뻘뻘 흘리며 했으니까. 물론 더 할 수 있었는데 자제한 거였다. S 선생님의 빈야사가 빡센 걸 알기에 수업 시작 전부터 ‘무리하지 말자, 무리하지 말자’를 독백처럼 계속 읊조렸다. 무리하지 않았지만 나만의 궁극의 자세 우르드바 다누라사나는 잘만 해냈다. (1화 참고.) 이보다 뜻깊은 성과는, 나 스스로 내 몸을 아껴주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충격파 치료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2~3일 걸린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조금씩 무릎 통증이 가시는 게 느껴졌다. 유튜브 선생님들 도움을 받아 무릎에 좋다는 운동도 몇 개 했다. 그런데도 요가를 하면서 몸의 감각에 한층 더 예민해져서인지, 무릎에서 시작되는 불편한 느낌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음을 주말 내내 인지했다. 그 불길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무릎 걱정을 안은 채 돌아오는 월요일 요가는 테라피 수업으로 예약했다. 동네 요가원의 월요일 수업은 테라피 아니면 하타 요가인데, 한 동작에 오래 머무르는 하타 요가는 도무지 자신이 나질 않아서다. (원래 같으면 하타 수업을 예약했을 나다. 그런데 무릎에 무리 가는 자세로 2분씩 있기에는 내가 겁이 너무 많다. 선생님이 대체 자세를 주실 건데도 대체 자세는 왜인지 하기가 싫은 나 자신. 후후.)


이 영상 강추합니다. 근데 왜 때문에 영어 더빙? 못 고치겠어요 허허 (출처: 유튜브 ‘아쉬탐 요가연구소’ 채널)


이번 주 월요일에 테라피 요가를 하며 생각했다. 뭐든 과하면 안 되겠다고. 지난 3화에 첨부한 영상으로 도움을 주신 유튜브 ‘아쉬탐 요가연구소’ 영상을 또 하나 찾아봤다. 영상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내 몸은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따라서 원래 아사나로 나아가기 전에 대체 아사나부터 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내 몸이 현재 할 수 없는 아사나의 형상을 억지로 구현하려다 보니, 결국 무릎을 과도하게 굽히는 동작을 나도 모르게 장시간 반복해 무릎이 망가진다는 것. 바로 나였다. 무릎에 무리를 매 수업마다 한 단계, 한 단계 쌓아가고 있었던 거다. 평상시에도 소위 양반 다리(아빠 다리) 자세에서 편안함을 느껴 즐겨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깨닫자 필요 이상으로 무릎을 90도 이상으로 굽히고 있었던 내 지난날의 순간들의 파노라마가 순식간에 재생됐다.


아, 내 무릎, 아플 만했다.


그렇게 마음먹게 된 것이다. 요가를 쉬기로. 못 쉴 줄 알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어찌어찌 쉬게 됐다. 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사실 요가원 방학이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부터 다음 해 1월 3일까지, 약 열흘간 동네 요가원 문을 닫는다고 원장인 K 선생님은 밝혔다. 동반 1인은 무료로 요가할 수 있게 해주는 크리스마스 오후 2시 수업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나는 이날 남편과 2박 3일 국내 여행을 떠나므로 남편과 이 수업을 들을 수 없다. 젠장. 남편의 의사는 아직 묻지 않았다.) 솔직히 방학 기간 공지를 처음 봤을 때는 왜 이렇게 방학이 길어, 했다. 일주일 넘게 요가 못 하게 하는 건 선 넘었지(?) 같은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이제 와 보니 정말 잘 된 것이다. 강제로 요가하는 사샤를 쉬게 만드는 우주 만물의 섭리에 소름이 끼친다. 아, 다르마여. (매거진 <나의 심연> 중 ‘다르마(dharma)’ 참고.)


무릎의 완전한 회복을 기원하며 요가는 일절 하지 않을 것이다. 원래 같으면 집 작은 방에 노트북을 켜서 유튜브 속 에일린 언니를 만나 30분, 1시간씩 혼자서라도 요가를 했겠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아예 쉬진 않을 건데 (응?) 헬스장에서 평소 뛰는 속도보다 2배 느린 빠르기로 천천히 조깅하고 경사면을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해볼까 한다. 무릎에 무리가 간다면 바로 운동을 멈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리고 요가원 방학이 끝나면 다시 무릎의 움직임 강도를 서서히 높여보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다짐과 함께 요가하는 사샤는 요가 일지의 마무리를 이렇게 썼던 것이었다. “속상하지만… 요가보다 내 몸이니까.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하나씩, 용기 내어 도전해 보자. 내 몸을 아껴주자.” 지금 요가 일지를 보면서 또 한 번 소름이 끼친다. 이렇게까지 비장할 일인가, 나 자신이여.


12월 22일 월요일의 요가 일지입니다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한 말씀. 요가를 안 하는 만큼 <요가하는 사샤>도 한 주 쉬어가려고 합니다. (요가 안 한다 = 글감 없다. 입니다.) 안 그래도 다음 발행 예정일이 1월 2일인데요. 글은 잠시 미뤄두고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 찐하게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찐하게 즐겁게 편안하게 올해 마무리 하시고 내년 맞이하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1월 9일에 새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한 무릎으로 되돌아올 거예요. 파이팅. 나마스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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